[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새벽의 나나/박형서 지음/406쪽·1만1000원/문학과지성사
지난 일주일 동안 632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소설 ‘새벽의 나나’에서 아프리카에 가기 전 태국을 경유한 여행객 레오는 운명의 여인 플로이를 만나면서 벼락과 같이 자신의 어떤 능력을 깨닫는다. 그것은 전생을 보는 능력이다. 플로이는 과거 왕국의 공주였고, 레오와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의 도피를 했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레오는 플로이와 다시 사랑하고자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레오는 매춘부라는 플로이의 직업에 대한 편견 때문에, 또 자신을 믿지 않는 플로이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고통받는다. 아무리 사랑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고 관여할 수 없는 타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가혹한 현실 앞에, 레오는 자신을 이루고 있던 요소들이 붕괴하는 것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타자를 바라보거나,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고 폭력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사랑하는 여자의 뒷모습은 사랑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봉합할 수 있다는 거대한 판타지가 허구임을 폭로한다. 레오는 끝없이 돌고 도는 전생의 굴레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거대한 비밀, 인간이기 때문에 끝내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다가가려 할수록 상대를 상처 입히게 되는 비극을 받아들인다. 현재의 자신은 무수한 나‘들’ 속의 하나에 불과하고, 결국에는 죽음의 발 앞에 내던져지는 유한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은 타자와 공존하는 윤리적인 방법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 일주일 동안 632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이진송 서울 서대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