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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넘어왔는데… 국경 앞에서 난민-경찰 ‘충돌’

입력 | 2016-04-15 10:30:00


사진제공 -TOPIC / Splash News

“국경을 열어 달라” vs “그럴 수 없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에 위치한 그리스 이도메니 지역에서 난민들과 마케도니아 경찰들이 충돌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지난 10일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리스에서 발이 묶인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갈 수 있도록 마케도니아 국경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자, 마케도니아 경찰들이 화학물질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하며 대규모 충돌이 발생한 것. 

목격자들이 가디언에 증언한 바에 따르면, 일요일(10일) 아침 이도메니에서 소규모 집단을 이룬 난민들은 마케도니아 국경을 지키고 있는 경비대에 “국경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고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오자, 주변의 난민들과 합세해 철조망을 기어 넘으려고 시도했다. 난민들 중 일부는 돌을 던지고 기름통을 던졌다. 이에 마케도니아 경찰들은 최루탄, 고무총탄, 물대포까지 살포하며 강경 저지하고 나섰다.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의료 자선단체 ‘국경 없는 의사회(MSF)’는 “난민 300여 명 이상이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았는데, 30명 이상은 고무탄에 의해서 부상당했고 일부는 상처 난 부위가 찢어지기도 했다. 또 최루가스에 의해 호흡곤란을 겪은 환자가 200명 정도이며 이중 여성과 아동들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오르고스 키리치스 그리스 정부 난민위원회의 대변인은 “마케도니아 경찰이 취약한 난민을 향해 최루탄과 화학물질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난민에게 위험한 방식의 공권력을 사용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경찰들은 난민들이 국경 개방을 요구하며 폭력적으로 행동함에도 지켜만 봤을 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또 마케도니아는 고무총탄 사용 등은 부정했고 최루가스 사용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마케도니아를 비롯한 발칸반도 국가들이 난민 이동을 가로막으면서 현재 그리스에는 5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약 1만 1200여 명이 이도메니 난민촌에 천막을 치며 머물고 있다. 이는 지난달 타결된 EU(유럽연합)와 터키 간 최종 합의에 따라 난민들이 그리스에 갇히거나 터키로 돌려보내지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EU-터키 난민 송환 합의에 따르면 EU는 터키가 그리스에서 넘겨받은 무자격 난민을 심사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터키에 난민 관리 비용 등 금전적 지원을 확대하고, 터키 국민의 EU 내 무비자 여행과 터키의 EU 가입 협상 등을 촉진하기로 했다.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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