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광주에 ‘삼성 미래차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양향자 후보와 함께 발표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 후보가 지난달 29일 “5년간 삼성전자 전장사업에서 3조 원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한 공약을 중앙당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이 사업은 스마트카에 들어가는 전기·전자·정보기술(IT) 장치를 만드는 삼성의 신산업이다. 양 후보는 “삼성이 얘기를 해 달라고 했다”며 “광주에 이미 현대·기아차가 있어 최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 대표가 재벌을 끌어들여 사업을 유치하려는 데 많은 국민은 어리둥절해한다. 글로벌 기업의 미래가 걸린 사업을 공약으로 만든 더민주당의 발상이 참 놀랍기만 하다. 양 후보의 말만 듣고 해당 기업에 확인도 하지 않고 불쑥 발표한 ‘야당 권력’의 밀어붙이기 식 태도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정치가 시키면 무조건 따라간다는 5공(5공화국)식 발상”이라고 공격했을 정도다.
더민주당의 무리한 발표는 국민의당에 밀리고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광주와 전남·북 지지율은 지난달 11일 27.6%에서 이달 4일 42.1%로 급등하면서 더민주당(43.7%→27.2%)을 앞질렀다. 이 분위기가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로까지 번지면 “107석 안 되면 당 떠난다”고 밝힌 김 대표에겐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야당이 기업 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마침 어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대표와 경제공약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여기서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을 선거에 이용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이라도 체결하라. 여야가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차기 국회 개원 직후 통과시키는 것에도 대승적으로 합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