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승 남았다’ OK저축은행 송명근(왼쪽)과 시몬이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과의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오레올, 챔프 1·2차전서 서브리시브 집중하다 공격 흔들려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에서 OK저축은행의 전술은 간단했다.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를 깨기 위해선 강한 서브가 해법이라고 판단했다. 서브 공략의 목표도 확실히 했다. 현대캐피탈 주 공격수 오레올에게 서브를 집중함으로써 어차피 막기 힘들다면 가장 공격 확률이 높은 선수의 발부터 무겁게 만들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오레올은 서브리시브 후 공격에 가담하면 스텝이 꼬여 장기인 파이프공격에서 타점이 낮아졌다. 전위에서 빠른 C퀵을 하더라도 현대캐피탈 세터 노재욱이 빠르게 공을 뽑아주지 못해 블로킹이 따라갈 수 있다고 봤다.
1·2차전에서 Ok저축은행의 공략법은 성공했다. 시즌 공격 성공률이 59.45%였던 오레올은 챔프전 2경기 동안 성공률이 41%로 떨어졌다. 18일 1차전에선 3·4세트 분발로 26득점을 했지만, 20일 2차전에선 11득점에 그쳤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1차전 다음 날 훈련하는 대신 선수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선수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1차전 패배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최 감독은 “두려움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라. 우리가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아름다운 2등도 있다”고 당부했다. 훈련 대신 즐거운 레크리에이션을 택했다. 이를 통해 모든 선수들이 경기의 부담을 털고 눈물이 날 만큼 많이 웃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마음 한편에 감춰져있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상황이 벌어지면 서로 눈만 마주칠 뿐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2번째 동작과 판단도 느렸다. 특히 노재욱의 세트가 짧거나 공격수와 엇박자가 나면서 공격이 더욱 힘들었다. 2차전에서 OK저축은행에 블로킹에서 4-7로 뒤진 것이 상징적이었다. 올 시즌 블로킹 1위팀이 현대캐피탈이었지만, 그 장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플레이오프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OK저축은행의 기세가 더 무섭다. 지난해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무려 9연승이다. 확실히 ‘봄 배구’에선 정규리그와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천안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