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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트럼프’ 페트리 ‘난민맘’ 메르켈에 일격

입력 | 2016-03-15 03:00:00

‘난민포용 정책 반대’ 공약 내걸고… 獨 3개주 의회 진입 성공




‘난민들의 엄마’ vs ‘독일의 도널드 트럼프’.

13일 독일 3개 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유럽의 여제(女帝)’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이 유권자들의 냉대를 받았다. 반면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극우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주요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fD의 대승을 이끈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41)에 대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못지않은 반(反)난민 발언을 쏟아 내 ‘독일의 트럼프’로 불린다고 전했다.

난민 정책을 둘러싼 두 여걸의 맞대결에서 페트리 당수가 승리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11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독일로 밀려든 이후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대한 첫 심판 무대로 평가됐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 주에선 24.2% 득표율(독일 공영 ARD와 ZDF의 공동 출구조사)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기민당)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24.2%는 2013년 창당 이후 AfD가 선거에서 거둔 최고 기록이다. 이는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2∼5%포인트 높은 득표율로 AfD의 거침없는 약진세를 보여 줬다는 평가다. AfD는 인구 1072만 명으로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주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득표율 15.1%로 3위를 차지했다. 또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도 12.6%를 득표하며 3위에 올랐다.

AfD는 이날 선거에서 3개 주의회 진입에 모두 성공했다.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절반인 8개 주의회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부의장은 선거 승리 이후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명한 난민 정책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투표한 유권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베를린에서 개최된 AfD 승리 축하 행사에선 ‘메르켈 퇴진(Merkel must go)’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일단 지지층이 두꺼운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득표율 27%로 녹색당(30.3%)에 밀려 2위에 그쳤다.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도 지지율 31.8%로 역시 사민당(37.5%)에 밀려 2위였다. 그나마 작센안할트에서는 가까스로 1위에 올랐지만 역대 최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독일 빌트지는 AfD의 약진은 메르켈 총리의 정책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라며 이번 선거가 메르켈 총리에게 “공포의 날(day of horror)이 됐다”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에게 일격을 가한 페트리 AfD 당수는 1975년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나 10대 때 독일이 통일되자 가족과 함께 서독으로 들어왔다. 페트리는 지난해 7월 AfD의 당권을 잡은 뒤 AfD를 ‘유로화 반대’ 정당에서 극우 ‘반(反)난민 민족주의’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페트리는 드레스덴을 거점으로 번진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PEGIDA·페기다)’ 운동에 동조하고 나서 독일 정치권의 금기를 무너뜨렸다.

네 자녀를 둔 주부인 페트리는 1월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난민을 막아야 한다”며 “국경 관리 요원들에게 총을 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독일 사회에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페트리 당수는 독일이 이민자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자녀를 3명씩 갖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