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에 방치된 노인들]<下>역할 분담 관리시스템 구축
2일 오후 경기 용인시 효자요양병원에서 한 70대 치매 환자가 사회복지사로부터 색칠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은 음악·원예·향기치료 등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용인=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매주 수요일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치매 환자들의 인지 능력과 집중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소란스럽던 환자들은 튤립이 그려진 종이와 색연필을 나눠 받자 색칠에 집중했다. 색종이로 나비를 접어 그림에 붙인 뒤 “다 했다”며 손을 드는 노인도 있었다. 이 요양병원은 색칠치료 외에도 음악·원예·향기치료 등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9개를 운영 중이다. ‘웰다잉(well-dying)’ 욕구를 반영해 ‘죽음 준비 교육’도 편성할 계획이다. 이 병원 민성길 원장은 “다양한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이 환자의 회복과 여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뇌중풍 환자 대상의 재활병원, 치매 전문병원, 암 치료 후 회복 전문병원, 호스피스병원 등으로 특화해야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앞선 효자요양병원처럼 규모가 큰 요양병원이라면 병동별로 환자를 특화해 관리하는 것도 좋다. 이를 위해선 보험수가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종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노인병 클리닉 교수는 “요양병원을 전문화해 의학적 처치 후 회복이나 재활 등을 담당하는 병원의 역할을 하게 하려면 일당 정액제를 폐지하고 일반 병원과 똑같은 수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중증 질환은 수가를 높게, 경증 질환은 낮게 책정해 병원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만 오도록 유도한다.
○ 정부, “통합적 재가 서비스 확대”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원은 돌봄 기능을 확대하되 상대적으로 중증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요양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선 요양원에 전문 간호 인력이 상주하면서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촉탁 의사 및 협약 의료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노인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기 때문에 치료와 돌봄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 상태에 따라 요양과 간병, 의학적 처치, 생활 지원 등이 전문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되, 이 모든 서비스는 거주지 중심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종사자의 따뜻한 시선, 가족의 지속적 관심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스템의 손질만큼이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노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태도,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4무(無), 2탈(脫) 운동을 통해 ‘존엄 케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4무는 냄새와 욕창, 낙상, 신체 구속이 없음을, 2탈은 노인 환자들이 가능한 한 기저귀를 차지 않도록 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도록 독려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탈기저귀’는 존엄 케어의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의식이 또렷한 노인 환자는 남이 기저귀를 갈아 줄 때 극심한 수치심을 느낀다. 또 기저귀를 채우지 않으면 환자도 배변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이지은 smiley@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