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남 고흥군 도덕면 내봉마을 어르신 40여 명이 고흥군보건소가 실시한 ‘치타(치매 타파)’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치타 마을 만들기는 고흥에서만 실시되는 이색 맞춤형 노인 복지 사업 중 하나다. 고흥군 제공
고흥군은 2014년부터 노인들의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치타 마을 만들기’라는 이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치타 마을’은 ‘치매 타파 마을’의 줄임말이다. 치타 마을 만들기 사업 참가자는 2014년 2개 마을 360명에서 지난해엔 5개 마을 1680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흥군은 올해는 8개 마을 2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초고령사회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고흥군은 전국 264개 시군구 가운데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주민 6만8516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만5132명으로 37%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노인 인구 비율이 13%, 전남지역 노인 인구 비율이 20.5%라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 1곳, 전문 요양시설 15곳 외에 가정방문 돌봄 서비스를 하는 재가복지시설도 26곳이나 된다.
고흥군은 올해 전체 예산 4700억 원 가운데 14%인 670억 원을 노인 복지 사업에 쓴다. 치타 마을 사업도 그중 하나다. 고흥군 보건소는 치매 조기검진과 예방 활동을 하는 치타 마을 만들기 사업이 노인들의 치매 발생률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치매와 우울증을 예방하는 요가, 웃음치료 등 각종 프로그램을 주 1회씩 총 8주간 진행한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치매 환자 7명을 조기에 발견해 전문병원과 연계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했다. 유점순 고흥군보건소 방문진료담당은 “현재 고흥의 치매 환자는 1182명으로 환자나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강사 등 40여 명이 매주 마을을 찾아 노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마을마다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군은 치타 마을 사업 외에 ‘해피 고흥 사업’도 펼치고 있다. 민관(民官)이 함께 참여하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마을을 돌며 이미용 서비스, 농기계 수리 등 22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 목욕 봉사 서비스, 빨래방·공동생활관 운영 등 특화된 노인 복지 사업도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