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상승률 8년만에 최고] 제주 땅값 1년새 19.4% 급등
제주 제주시 노형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한 업주는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지난해 초 3.3m²당 1000만 원이던 땅값이 최근 2000만 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주차장까지 포함해 3000m²가량을 소유해 시세대로 팔린다면 180억 원에 이른다. 이 업주는 “실제로 손에 쥔 건 없지만 돈으로 환산해 보니 일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제주도 땅값이 치솟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등 개발 호재와 관광객 및 이주민 증가, 외국인 투자 등이 겹치면서 제주 전역이 투자 열기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제주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단기간에 땅값이 급등하면서 제주 부동산의 투기 거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땅값 1년 새 19.4%↑…‘부르는 게 값’
카페 거리가 형성되고 있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의 한 상업용 토지는 공시지가가 3.3m²당 85만1400원에서 올해 212만8500원으로 2.5배로 수직 상승했다. 실제 거래 호가는 공시지가의 5배에 가까운 3.3m²당 1000만 원에 이르는데도 매물이 없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얘기다.
제주 땅값은 최근 제주 제2공항 발표 등의 개발 호재와 중국인 등 관광객 및 이주민 증가로 들썩이고 있다. 타지의 투기성 자금까지 흘러들어 땅값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에서 서울 여의도 면적(2.9km²)의 36.8배에 이르는 토지(106.7km²)가 거래됐다. 이는 2014년(85.6km²)에 비해 24.6%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거래된 제주도 토지의 5분의 1을 서울 거주자가 사들일 정도로 외지인의 투자가 많았다.
지난해 11월 제주 제2공항 건설 발표 이후 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임야(680.9m²)는 최근 공매에서 감정가(1021만 원)의 4.9배인 5100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서귀포시 전체 토지거래의 20%가 공항 발표 이후에 집중됐다. 성산읍의 토지(1억761만 m²)는 제주도 밖에 주소지를 둔 외지인이 전체의 37.4%(4023만8000m²)를 보유하고 있다.
○ 제주도, 국토부에 “공시지가 급등 우려”
개발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공시지가를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땅값 상승을 달가워하지 않는 제주 토박이 주민도 적지 않다. 제주시 노형동에 아파트 1채와 과수원(1000m²)을 보유한 강모 씨(48·여)는 “집과 땅을 팔고 제주를 떠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땅값 상승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만 더 내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용준 다솔세무법인 세무사는 “제주시 건입동의 한 비사업용 토지(5019m²) 소유자의 경우 다른 땅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가 지난해 9596만 원에서 올해 1억2508만 원으로 30%가량 늘어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주민 반발을 의식해 “공시지가를 급격히 올리지 말아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가격은 물론이고 농지 가격도 올라 제주 농민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주민 간 위화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면 중산층이 탄탄한 제주 지역 공동체 문화가 붕괴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67% 정도에 불과해 실제 거래 가격은 더 뛰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제주 지역 개발컨설팅회사 관계자는 “제주 땅값에 거품이 일정 부분 끼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부동산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실수요 중심 매매를 위해 투기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제주=임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