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구감소 대책 첫 마련]
“딸이 다니는 학교에 운동장이 없었어요.”
대기업 부장인 박진영 씨(48)는 20년간 살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을 5년 전 떠났다. 새로 마련한 보금자리는 경기 성남시. 대학 입학 때부터 서울을 떠나 살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그였다. 하지만 초등학생 딸과 입학을 앞둔 아들이 제대로 뛰어놀 곳조차 없는 도시에서 사는 모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깨끗하지 못한 서울의 공기 탓에 아들의 비염이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 씨는 경기 성남시 서판교 단독주택 부지에 3층짜리 ‘땅콩집’(작은 부지의 건물 한 채에 두 가구가 거주하는 형태)을 지었다. 박 씨의 출퇴근 시간은 20분에서 1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서울에 살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집 앞 텃밭을 가꾼다. 둘째의 비염도 한결 좋아졌다. 그는 “다시 서울로 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없어 서울을 떠나는 건 비단 청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모 씨(52)는 서울 노원구에서 유통업을 하다가 지난해 6월 충남 금산군으로 귀농했다. 또래들이 퇴직 후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게 몸은 고돼도 마음은 편해지는 길이라 생각했다. 이 씨는 “친구들이 퇴직한 뒤 구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허드렛일이나 아파트 경비 정도였다”며 “시골에 사는 게 외롭고 허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귀농이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황태호 taeho@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