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내한공연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케빈 컨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만난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컨은 “14일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서 희망을 준 멘토 조지 시어링(1919∼2011)의 5주기다. 내가 만든 음악으로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뉴 에이지를 택한 이유”라고 했다. 헉스뮤직 제공
2000년 한류를 이끈 드라마 ‘가을동화’는 귀로도 기억된다. 클라리넷의 애잔한 선율을 품은 송혜교의 테마 음악 ‘Return to Love’(QR코드)와 ‘Le Jardin’.
이들을 만들고 연주한 미국의 대표적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케빈 컨(58)이 14일 오후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5년 만의 내한공연을 열었다. 그의 음반 표지와 곡 제목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하지만 그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다.
컨은 ‘너무 편리하다’고 했지만 선천적 손 떨림까지 지닌 그는 코앞의 아이콘도 여러 번 헛짚었다. 옆에 있던 여성이 기자에게 ‘매니저 패멀라 기브스’라 쓰인 명함을 내밀었다. 컨의 부인이다. “1995년 PC통신으로 처음 만나 결국 사랑에 빠졌죠. 영화 ‘유브 갓 메일’처럼요. 하하.”
“패멀라를 위해 쓴 곡이에요. 밸런타인데이에 그녀를 위해 바칩니다.” 이날 무대에서 컨은 두 번째 곡으로 ‘Love‘s First Smile’을 연주했다. 2001년 결혼한 둘은 미니애폴리스 시 외곽 숲 지대에 산다. 그곳의 대자연은 컨에게 보이는 것보다 많은 걸 들려준다. 사슴, 여우, 칠면조, 코요테 울음이 이루는 오케스트라 소리와 희미한 초록의 조합. 거기서 그의 음악이 태어난다. ‘가을동화’를 봤냐고 묻자 화면을 볼 수 없는 컨을 위해 기브스가 드라마 장면을 설명해 줬다고, “너무도 아름다웠다”고 답했다.
‘힐링 뮤직’으로도 불리는 그의 음악이 자신을 치유한 적도 있을까. “2006년 싱가포르에서 고교생이 제 곡을 연주하는 걸 봤어요. 표현력이 대단했죠. 제 음악을 들으며 처음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소년은 청각장애인이었어요.”
그의 앞에 놓인 것은 흑백의 건반이 아닌 듯했다. 투명한 것. 바람에 흔들리는 포플러의 초록 잎사귀, 잠든 호수의 파란 수면을 비추는 거울…. 컨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