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쇄 돌파 명작동화 잇달아
나이 든 육체를 여유롭고 해학적으로 바라본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의 한 장면. 사계절 제공
화가 윤석남 씨가 이달 초 펴낸 그림책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사계절)의 한 대목이다. 아기처럼 작아진 백발의 엄마를 안고 눈물 흘리는 중년 여성 이야기를 윤 씨가 그림과 글로 담아냈다. 김진 사계절 그림책팀장은 “어른을 위해 만든 그림책”이라며 “40, 50대 여성들이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며 공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또 사계절은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의 이름을 지난해 ‘디어 그림책’으로 바꿨다. 그림책을 더이상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른도 즐겨 본다는 최신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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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 고흐의 작품을 차용한 그림책 ‘고흐, 나의 형’도 인기다. 백창화 숲 속 작은 책방 대표는 “한 직장인 여성에게 권했는데, 매우 감동적이었다며 책에 나온 그림을 함께 그리며 마음을 나누는 모임을 운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샬롯의 거미줄’이 최근 100쇄를 돌파했고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도 조만간 100쇄를 넘어설 예정인데, 이는 어른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박진희 시공주니어 아동청소년팀장은 “아이와 같이 동화책을 보던 엄마들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어 아이가 자란 후에도 계속 동화책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선미의 ‘목걸이 열쇠’도 80쇄 가까이 찍었다. 2009년 출간된 이수지의 ‘파도야 놀자’는 4만5000권 넘게 팔렸다.
호주 일러스트레이터 숀 탠의 ‘도착’은 2008년 출간돼 모두 1만8000권이 판매됐다. 같은 해 나온 폴란드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두 사람’은 1만6000권이 팔렸다.
서울 홍익대 앞의 그림책 전문 서점인 ‘베로니카 이펙트’ ‘책방 피노키오’도 성업 중이다. 유승보 베로니카 이펙트 대표는 “미술작품처럼 책을 소장하려는 20, 30대 남녀 고객이 많다”며 “유명 작가의 책은 절판된 후 가격이 계속 오르지만 구해 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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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