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의 GE가전 인수액 8배… 켐차이나, 美업체와 경쟁서 승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스위스의 종자(種子) 대기업인 신젠타를 중국 국유 화학기업인 켐차이나가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430억 달러(약 52조4000억 원)로 지금까지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최대다.
지난해 미국 경쟁회사인 몬산토가 제시한 460억 달러(약 55조9800억 원)보다는 30억 달러 적지만 인수 대금을 대부분 현금으로 주겠다는 중국의 통 큰 제안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켐차이나는 이미 은행에서 250억 달러(약 30조5000억 원) 규모의 단기 대출을 받아둔 상태다. 글로벌 M&A시장에서 ‘차이나머니’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사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산층의 곡물 소비 증가와 농지 축소로 식량 부족에 허덕이자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이 수입한 종자 규모는 63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2.9배나 늘었다.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종자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해외기업 M&A 규모는 2008년 54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10∼15%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최대 M&A 계약은 켐차이나 컨소시엄이 세계 5위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 피렐리를 85억5000만 달러(약 10조83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큰손’ 중국의 행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월 중국 최대 백색가전 회사인 하이얼이 미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약 6조5502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한 달간 글로벌 M&A에 투입된 차이나머니는 22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에 이른다고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저가 대량생산’의 이미지를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해 첨단 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M&A를 장려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로 M&A 시기를 늦추면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 서두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