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브루크너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가 1887년 아홉 번째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가 이 곡의 운명을, 나아가 자신이 맞을 운명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이 곡을 자신이 사랑하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고백’으로 쓰고자 했습니다.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였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그는 세상을 떠났고, 4개 악장 중 피날레를 제외한 3개 악장의 악보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4악장은? 주제 선율들을 적은 여러 장의 스케치만 남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브루크너가 습관대로 이 스케치 악보들에 순서대로 번호를 적어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번호에 따라 스케치 악보를 읽어보면 대략의 구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몇몇 음악학자와 작곡가들이 자기 나름대로 완성한 4악장 악보를 발표했습니다.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합니다. 이번에도 브루크너가 완성한 3개 악장만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려던 애초의 계획과 달리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듭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은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단절이 있을 수 있죠. 그래도 남은 사람들이 목표를 계속 이어가고 발전시켜 나간 결과 인간의 장려한 역사가 있었음을, 또한 진보와 발전이 있었음을 이 새해에 생각해 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