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선정 2015 올해의 인물]김정원-하재헌 하사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김정원(왼쪽), 하재헌 하사.
8월 4일 오전 7시 28분경 매 순간 남북한이 초긴장 상태로 대치 중인 비무장지대(DMZ) 경기 파주 지역. 서부전선 육군 1사단 소속 김정원 하사(23)는 수색작업을 위해 DMZ 안 최전방 감시초소(GP)와 연결된 철책 안으로 진입했다. 그가 전방 경계를 하는 동안 하재헌 하사(21)가 철책 출입문을 넘어섰다.
그 순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하 하사가 튕겨 나갔다. 주변이 온통 흙먼지로 뒤덮이고, 철책이 흔들릴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다. 땅에 묻혀 있던 북한군 목함지뢰를 밟은 것이다. 김 하사는 하 하사를 보고 몸을 던졌다. 그러다 또 다른 지뢰를 밟으면서 2차 폭발이 일어났다.
▼ 다시 일어난 오뚝이 군인 국민에 희망을 선물하다 ▼
두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 하 하사는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김 하사도 오른쪽 발목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코 군인정신을 잃지 않았다. 하 하사는 병실 벽에 전투복 상의를 걸어놓고 “군에 복귀하겠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김 하사는 “부대 팀원들이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라며 전우부터 챙겼다.
군 장병들도 두 하사와 뜻을 같이했다. 북한이 “48시간 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한다”고 추가 도발을 예고했지만 전방에 근무하는 병사 100여 명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조국을 지키겠다며 전역을 연기했다.
국민은 다리를 잃고도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두 하사의 모습에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김 하사는 이달 2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군복 차림으로 의족을 착용한 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취재진 앞에서 두 발로 성큼 걷고, 좌우로 달리고, 하늘을 향해 높이 뛰기도 했다. 29일엔 하 하사도 두 발로 당당히 걸어 퇴원했다.
두 하사의 희생과 용기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8·4 DMZ 작전’ 상징 조형물이 들어섰다. 조형물 이름은 ‘평화와 하나 됨을 향한 첫걸음―평화의 발’이다. 11m 높이의 오른발 모양이다. 평화의 발에는 조국의 안보를 위해 제 한 몸 아끼지 않은 두 사람의 군인정신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서려 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