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사태 당시 鄭감독 비서에 문자
본보가 입수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 문건. 서울시향 제공
○ 정 감독 부인, 호소문 사태 개입 정황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구 씨는 서울시향 직원의 호소문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하순 정 감독의 비서인 백모 과장(40·여)에게 ‘시나리오를 잘 짜서 진행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구 씨는 또 박현정 전 시향 대표를 겨냥한 사무국 직원들의 투서 발송, 기사화, 성추행 고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자신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두 지우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백 과장과 구 씨는 ‘○○일보 김○○ 기자의 기사를 확정했고 다른 기자들과도 접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호소문 사태가 여론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언론플레이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수사 당국은 서울시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구 씨가 시향 직원에게서 당시 상황을 일일이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적인 구 씨는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경찰에 입건됐지만 시향 사태 이후 프랑스에 머물며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구 씨에 대해 범죄 혐의자에게 적용되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린 상태다. 경찰은 백 과장 등 서울시향 핵심 관계자를 불러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구 씨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27일 입수한 서울시향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 문건에는 그간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과 서울시에 요구해 온 사항 대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 횡령 논란이 지속된 ‘항공료’는 정 감독과 부인 몫으로 외국과 한국을 오갈 때 1등석 2장을 지급하던 것을 명목상으로는 1장으로 줄였다. 하지만 한국 입·출국 시만 지원하던 항공권을 ‘외국 간 입·출국 시’에도 지원하기로 해 정 감독의 수혜 범위가 더 늘었다. 게다가 정 감독이 사전 통보만 하면 동반자에게도 1등석 1장이 지급된다.
정 감독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미라클 오브 뮤직(MOM) 등이 주최하는 외부 공연 출연도 자유로워진다. 서울시향은 승인만 얻으면 정 감독의 △외부 출연 및 출강 △외국 단체 공연 지휘 연주 △비영리 단체 직무 겸직을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2009년 이후 정 감독은 MOM 주최 등 외부 공연에 60회 이상 출연했고 수익금을 자기 재단으로 기부해 ‘셀프 기부’라는 비판을 받았다.
약 15억 원에 이르는 정 감독의 연봉은 “무보수로 일한다”는 정 감독의 공언대로 내년 1월부터 ‘기금’으로 조성된다. 이 기금은 서울시향 단원의 기량 향상,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재계약 내용에 대해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뒤 취재진과 연락을 끊었다.
이철호 irontiger@donga.com·박훈상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 관련 정정보도문]
본보 2015년 12월 28일자 A12면 ‘정명훈 부인 “시나리오 잘짜라”…박현정 음해 직접지시 정황’ 기사와 관련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 문건은 서울시향이 제공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향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