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어제 신당 창당과 관련해 새 정치의 기조를 밝혔다. 그는 “1970년대 개발독재와 1980년대 운동권의 패러다임으로는 2016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며 “새 정당은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노선을 정치의 중심으로 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식 창조경제, 새누리당식 낙수이론, 관치경제로는 21세기 경제의 활력과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과 인사 난맥을 ‘수구 우파’로 비난했다. 그는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분배하에 다시 성장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효율적인 복지와 복지체계를 더 촘촘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증세를 해야 한다”고 2012년 대통령 선거 때처럼 ‘경제에서는 진보’임을 분명히 했다.
타협을 모르는 보수와 진보의 적대적 정치, 특히 낡은 이념에 매몰돼 30년 전 반독재 투쟁하듯 정치를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에 적잖은 국민이 질려 있다. 기득권 지키기에 집착하는 기존의 여야 정당에 실망한 무당층이 거의 30%나 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좌우 양극단이 아닌 ‘중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철칙에 가깝다.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집계에서 안 의원(16.3%)과 가상의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19.5%)이 창당 선언 이후 불과 2주일 만에 문재인 대표(16.6%)나 새정치연합(24.3%)에 버금갈 만큼 높아졌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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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의 이번 창당 구상은 내년 4월 총선을 넘어 2017년 대선까지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 분열’이라는 비난에 굴하지 않고 중도층의 지지를 표로 연결시키려면 어제 자신이 밝힌 대로 30, 40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들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여야 공천에서 탈락함 직한 인물이 아니라 중도 개혁적인 정치인을 영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새정치연합의 친노패권주의와 새누리당의 ‘진실한 사람들’ 사이에서 안철수 신당이 기존 정당에 변화의 바람이나 정계 개편의 회오리를 일으킬 수 있을지, 그동안 철수(撤收)정치에 번번이 실망했던 국민이 마지막으로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