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들이 있어 따뜻했습니다] 메르스 최전선서 싸운 정은숙 간호사
21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8층 감염병동 간호사실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이정민, 정은숙, 김새미 간호사.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1일 만난 정 씨는 아직도 ‘전투 중’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온 한 메르스 의심환자를 살피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시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진에게 보고했다. 올여름 그는 ‘슈퍼맨’이었다. 이곳에서 치료받은 메르스 확진환자는 30명, 의심환자는 33명이었다. 환자 치료와 보호복 관리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감염 가능성 때문에 사망한 환자의 몸을 소독해 화장터로 보내는 것까지 직접 맡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전쟁 같은 하루를 버텼죠.” 당시 정 씨를 포함한 의료진은 최후의 보루에 서 있다는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주문을 되뇌었다. 그는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장치)를 달아야 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던 메르스 1호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을 때 느낀 보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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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를 돌봤던 모든 의료진이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 이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정 씨를 만난 지 이틀 뒤인 23일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