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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팩트] 국내 첫 외국계 영리병원, 제주도 녹지국제병원의 미래는

입력 | 2015-12-23 16:46:00


778억원 투자해 2017년 3월 개원 … 중국계 녹지그룹, 부동산개발만 치중 우려도

보건당국이 사상 최초로 외국계 영리병원의 국내 설립을 승인하면서 찬반 여론이 거세게 부딪히고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비보험진료를 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일어나고,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주요 반대 이유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綠地)그룹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원 설립까지는 제주도의 공식 허가 절차만 남았다. 제주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병원은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중국인을 주된 대상으로 피부성형, 건강검진 등에 나설 계획이다. 내국인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병상 규모·의료인 구성·지리적 제한 등을 감안할 때 국내에 미치지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 게 정부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주된 대상이 중국인 관광객이라지만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만큼 국내 의료체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투자적격성 등 법령상 요건을 충족했다”며 “녹지국제병원이 투자금액을 중국 모기업을 통해 100% 조달할 계획이고, 내국인 또는 국내 법인을 통한 우회투자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녹지그룹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된다. 병원 건립에는 총 778억원(토지매입 및 건설비 668억원·운영비 110억원)이 투자됐다. 개원 목표일은 2017년 3월이며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134명이 근무하게 된다.

사업 주체인 녹지그룹은 부동산 종합개발 및 자본 운용업체로 중국 상하이시가 50% 출자한 국영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4021억위안(약 72조원) 규모로,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4 500대 글로벌기업(Fortune Global 500)’에서 268위에 올랐다.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와 1조원 규모의 제주헬스케어타운(77만9㎡) 사업협약을 체결해 사업을 추진 중이며 400실 규모의 휴양 콘도미니엄도 짓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은 의사나 국가·지방자치단체·의료법인·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법인만 세울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 대기업 계열도 형식적으로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 등 비영리법인이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반면 녹지국제병원은 기존 병원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으로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시켜 외국인 환자를 위주로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주를 모아 대규모 자본을 끌어모으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관련법 상 외국의료기관 법인설립요건은 자본금 500만달러 이상, 외국인 투자비율 50% 이상이다. 녹지국제병원의 자본금은 2000만달러, 외국인 투자비율은 100%다. 
2012년 10월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그동안 승인이 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복지부는 작년 9월 다른 중국계 외국의료기관인 싼얼병원의 설립 신청에 대해 “법령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불승인을 결정한 바 있다. 

의사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이 설립되면 병원비가 폭등하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되는 등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다는 원래 설립 목적을 벗어나 비보험 진료영역으로 국내 환자를 끌어들일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국내 의료는 의료전달체계 및 1차 의료기관 붕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외국의료기관이 국내 의료체계를 벗어난 진료를 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외국의료기관 유치와 의료상업화를 의료정책의 중심에 두고 서비스산업의 발전과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국내 보건의료제도의 기틀을 바로잡는 데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이 의료의 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 사항 중 하나다. 투자개방형 병원에 근무하는 외국인 의사는 국내 의사면허가 없어도 된다. 자격 및 경력 제한을 받지도 않고, 관련 서류를 제주도에 제출해 허가만 받으면 된다. 즉 전문의가 아니거나, 경험이 적은 의사도 진료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녹지국제병원 측은 “최대한 한국 의사를 중용해 의료의 질을 담보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중국인 의사들은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녹지그룹 자체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녹지그룹은 의료와 거리가 있는 부동산기업으로 병원 운영 자체보다는 제주에 조성하려는 헬스케어타운 등 부동산 개발에 관심이 클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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