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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볼 브레이크] 선수들 사기만 더 떨어진다…외박금지령의 역효과

입력 | 2015-12-22 05:45:00

국내프로농구 선수들은 숙소와 호텔을 오가는 합숙생활을 하고 있다. ‘외박’이 간절하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왼쪽)과 삼성 이상민 감독은 외박에 후하다. 스포츠동아DB


문책성 외박금지, 감독·선수간 갈등만 조장
유재학 감독 “쉬고 돌아와 꾸짖어도 안 늦어”
이상민 감독 “외박 자르면 선수도 스트레스”

남자프로농구 10개 구단은 모두 시즌 중 합숙을 한다. 해외리그나 국내프로야구와 같은 출·퇴근 생활은 없다. 중·고교 시절부터 이어져온 합숙문화의 잔재가 프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로선수지만 군인들처럼 ‘외박’을 받아야만 자유를 얻는다. 선수들의 외박은 각 구단 감독이 결정한다. 감독의 외박 방침에 따라 팀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은 물론이고 감독과 갈등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 패배의 그림자 ‘외박금지령’

대부분의 선수들은 리그 휴식일인 매주 월요일을 전후로 외박을 받는다. 경기 간격이 3일 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대개 선수들에게 외박이 주어진다. 선수단 숙소 또는 원정 호텔에서 합숙생활을 하는 선수들에게 외박은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다. 기혼자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남편, 아빠 역할을 하고 미혼자들은 친구나 애인을 만나곤 한다. 군인들이 휴가를 기다리듯 선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는 외박을 바라보며 한주를 기다리기도 한다.

문제는 외박이 금지되는 날도 있다는 것이다. 몇몇 감독들은 외박이 예정된 시기에 팀이 연패에 빠지거나 중요한 경기를 놓쳤을 경우, 외박을 취소하기도 한다. 일종의 문책성 지시다. 과거 감독직을 경험한 한 지도자는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외박을 금지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실망감이나 반발심을 사는 경우가 많다. 외박이 한 번만 금지돼도 2주간이나 숙소에서만 지낼 수밖에 없어 선수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더 높아진다. A구단 선수는 “외박을 안 나간다고 다음 경기를 이기는 것이 아니지 않나. 선수들의 사기가 더 떨어진다”고 털어놓았다.

● 외박에 후한 유재학-이상민 감독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이 마시는 음료수까지 관리할 정도로 선수단을 강하게 장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외박에는 매우 관대한 편이다. 경기 간격에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이틀간 외박을 주기도 한다. 유 감독은 “경기를 완전히 망쳤을 때는 되도록 별말 없이 외박을 보낸다. 선수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혼내봐야 잔소리일 뿐이다. 잘 쉬고 숙소로 돌아와서 잘못된 부분을 짚어도 늦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 이상민 감독도 외박에 후하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초반 팀이 부진할 때도 예정된 외박을 취소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한 달 일정표를 미리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일정을 바꾸지 않는 것이 내 방침이다. 외박 예정일에 맞춰 선수들이 약속을 잡거나 각자 계획이 있을 텐데, 이를 금지시키면 선수들도 짜증날 것 아닌가. 외박을 잘라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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