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EQ900’ 타보니
제네시스 EQ900의 앞좌석(위쪽)과 뒷좌석 모습. 시트에 고급 ‘나파 가죽’을 쓰는 등 최대한 고급스럽게 꾸몄다. 현대자동차 제공
17일 열린 시승 행사에서 EQ900를 서울 강남 일대와 서울 광진구∼강원 춘천시 동산면에 이르는 구간에 걸쳐 직접 타봤다. 국산차 수준도 독일 고급차 브랜드의 기함(플래그십)급 세단 못지않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운전석에 타 볼 차례. 운전석에는 독일척추건강협회가 인증한 ‘모던 에르고 시트’가 장착돼 있다. 키, 앉은키, 몸무게 등을 입력하면 허리에 가장 무리가 가지 않는 좌석 각도를 자동으로 찾아준다. 기어노브(손잡이)가 옆으로 길게 뻗어 있어 손바닥 전체로 감쌀 수 있다. 손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자주 쓰는 단추를 누를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시승한 모델은 3.3터보엔진 모델인데도 시동을 처음 거니 마치 하이브리드 차에서 시동을 건 것처럼 조용하고 정숙하다. 이날 시승한 내내 이런 느낌은 유지됐다. 2중 접합 유리를 쓰고 휠 내부에 구멍을 내 공명음을 잡는 등 여러 장치를 사용한 덕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 고속주행과 HDA를 시험해 봤다. 현대차 다른 모델들은 주행모드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EQ900는 스포츠 모드로 달려보니 일반 모드와 차이가 확연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속도가 거침없이 올라갔다. 동급 독일 고급 세단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주중에는 운전기사가 몰고, 주말에는 본인이 직접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국산차에 처음 적용된 HDA를 작동시켜 봤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어드밴스트 크루즈 컨트롤(ACC)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능으로,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자동으로 움직여 차선에서 벗어나지 않게까지 해준다. 사실상 자율주행이 거의 실현된 수준이다. 실제로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으면서 10여 km를 편하게 이동했다. 다만 국내 법규상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면 법 위반이어서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핸들은 잡고 있어야 한다. 핸들에서 손을 오래 떼고 있으면 경보음이 울린다.
춘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