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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암 지대의 부드러운 와인 산지 ‘생테밀리옹’ … 가론강변과 부르스광장, 뱃부리장식 상징탑과 캥콩스광장
보르도에 도착한 날 저녁 이곳에서 유명 레스토랑인 ‘르앙트르코트’(Le Entrecote)를 찾았다. 앙트르코트란 쇠고기 갈비뼈 사이의 등심을 일컫는 말로 프랑스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기는 별미로 각광받는 음식이다. 통겨자 소스에 적당한 열로 구은 이 곳 앙트르코트는 가격 대비 향미가 좋았다. 운이 좋았던지 20여 분만에 자리가 났다. 하지만 늦게 온 사람들은 무려 100여 명이나 길가에서 줄을 설 정도로 장사진을 이뤘다. 메뉴는 오로지 앙트르코트였고 감자칩과 샐러드가 세트를 이룬 이 음식에 걸맞은 보르도산 와인을 주문하면 그만이다.
식사 후 보르도 오페라대극장(Grand Theatre)를 거쳐 레스토랑, 바, 패션 등이 즐비한 거리를 누비고 가론강(Garonne Riviere) 강변으로 돌아서니 보르도의 대표적 명소인 부르스광장(Place de la Bourse)이 보였다. 광장의 큰 건물이 보르도상공회의소(Chambre de Commerce et d’Industrie (CCI) de Bordeaux)이다. 건축가 앙게 자크 가브리엘(Ange-Jacques Gabriel)이 1730~1775년에 걸쳐 조성했다. 광장의 상징물은 미(美)의 세 여신을 조각한 분수상으로 역시 18세기에 만들어졌다.
광장에는 물이 고이는 넓은 마당이 조성돼 있다. 이를 물의 거울(Miroir d’eau)이라 한다. 거울에 비친 야경이 장관이다. 광장 가장자리로 전철이 지나고 이와 평행선으로 가론강이 흐른다. 몇개의 대형 아치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놓여져 있다.
다음날엔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보르도의 와이너리를 찾아 나섰다. 아침 일찍 수 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와인강좌를 들으러 갔다. 젊은 여강사가 산지와 품종이 다른 8잔의 와인을 내놓고 와인의 테이스팅 기법과 프랑스 와인산업 개황을 가르쳤다. 이 정도야 국내서도 늘상 접하는 초보 수준. 시간이 약간 아깝다고 느껴졌다. 이어 프랑스 가정식에 와인을 곁들이나 했다니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가정식 대체식품이었다. 강의+점심식사+와이너리 2곳 탐방의 투어 상품 가격은 1인당 138유로 수준이다. 따라서 프랑스 가정식에 대한 기대는 애초 과람한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문밖에 나서니 캥콩스광장(Place des Quinconces)이 펼쳐져 있다. 12만6000m²에 달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광장 중 하나다. 원래 이곳은 1820년 트롬페 장원(Chateau Trompette)이 시내의 반란군을 방어하기 위해 조성했다. 포문이 시내를 향한 게 그 증거다. 세 면이 90도를 이루고 한 면만 반원형인 방패형 광장의 모형(이를 quincunxes라 하며 광장의 이름이 유래)은 1816년에 채택됐고 1818년에 나무가 심어졌다. 2003년에 트램이 놓이면서 열차와 버스가 교차하는 대중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오후에는 보르도 시내에서 서쪽으로 버스로 40여분을 달려 생테밀리옹(Saint Emilion) 에 위치한 와이너리 두 곳을 들렀다. 보르도는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다 포도밭이라는데 생테밀리옹 역시 그랬다.
메도크가 카베르네 소비뇽의 품질로 유명하다면 생테밀리옹의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의 품질이 뛰어나다.
와이너리는 크게 운영 주체에 따라 가족형과 기업형으로 나뉘는데 각각 한 곳을 찾았다. 먼저 방문한 샤토 드 프레삭(Chateau de Pressac)은 가족형 와이너리다.
생테밀리옹의 와이너리는 소유주가 직접 와인을 만드는 가족경영 형태가 대부분으로 850여개가 있다. 이와 달리 메독은 기업형이다. 와이너리별로 1~2ha만 가지고 개인 양조장 없이 조합을 이뤄 공동양조하는 곳도 적잖다. 기름진 사질 토양의 메독이 강하면서 힘찬 와인을 만들어내는 반면 생테밀리옹은 석회암과 진흙 토질이어서 여성적이면서 부드러운 와인을 생산한다.
샤토 드 프레삭은 생테밀리옹의 그랑 크뤼(saint-emilion gand cru)의 AOC 와인이다. 원산지 호칭 통제제도(Appellation d’Origin Control’ee, AOC)에 의해 확실이 인정된 지역에서 생산되고 품질과 시음 기준에 적합해야 승인을 거쳐 ‘AOC’ 또는 ‘아펠라숑’을 붙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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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5만병 정도 출시되며 현지 소매가격은 25유로 안팎다. 전체 생산량 중 샤도 드 프레삭이 56%, 투르 드 프레삭이 30%를 차지한다. 나머지 14%는 대중적인 슈퍼마켓 판매용 와인이다.
생테밀리옹의 성당은 중세시대 순례객들이 필수적으로 찾는 곳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당시 순례코스는 서너 개로 최종 목표지는 이슬람에 점령된 예루살렘이 아니라 스페인 북쪽 끝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하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보관된 성당이었다
두번째로 간 곳은 프랑스의 한 보험회사가 장기 투자한 기업형 와이너리인 샤토 수타르(www.soutard.com)이다. 이 보험사는 테루아가 빼어난 샤토 수타르(Chateau Soutard)와 샤토 라르망드(Chateau Larmande) 외에 샤토 그랑 포리 라 로즈(Chateau Grand Faurie La Rose) 등 3개의 샤토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의 민박집은 세면시설과 화장실을 방마다 갖추고 있고, 1층 부엌에서 요리도 할 수 있다. 걸어서 10분 남짓한 시내에서 달걀과 과일을 사서 식사해도 된다. 매일 샤토가 빵을 제공해준다.
더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려면 연구개발뿐 아니라 양조시설의 첨단화를 위한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수적이어서 기업형 와이너리가 유리하다. 생테밀리옹의 메를로는 석회암 지대 위에 자리잡아야 제 맛인데, 샤토 수타르가 그 전형이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자연스러운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한다. 거기서 시음한 ‘샤토 수타르 2007’ 그랑크뤼 와인은 메를로 70%, 카베르네 프랑이 30%로 블렌딩된 진한 보라빛 와인으로 블루베리 향취가 나는 응축된 맛이 괜찮았다.
구릉지에 펼쳐진 넓은 포도밭을 보니 마음이 풍성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포도밭과 달리 포도송이는 작고 나무 높이도 불과 1m가 좀 넘을까 말까. 하지만 이곳 와이너리의 푸석푸석한 땅에 조그만 포도나무의 아랫도리에 앙상하게 매달린 포도를 갖고 와인을 만든다는 게 처음 본 사람으로선 의아스러웠다.
당도가 높아야 좋은 와인이 탄생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2000년대 이후 프랑스 와인보다 기름진 토양의 신대륙(미국 대양주)이나 이탈리아·스페인 와인이 잘 나간다는 게 이해가 됐다. 포도 몇알을 따먹으니 당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나중에 파리에서 만난 현지 한국인 가이드도 그랬다. 프랑스 와인이 최고라는 것은 과거의 명성이고 지금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필자가 선택한 저급형 와이너리 투어 말고 고급형 투어는 현지 샤토에서 숙식하며 가정식도 먹어볼 수 있다. 수백만원에 아예 며칠간 조석으로 취하고 낮에 버스 안에서 졸면 또다른 와이너리로 데려다주는 전문 투어상품도 있다. 보르도 와인 투어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보르도와인닷컴(http://www.bordovino.com)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낮시간이라 자제하려해도 공짜술이라 몇잔 마시니 나른하고 차 안에서 내내 졸립다. 석양이 지고 오후 8시가 다 돼 보르도 시내에 도착했다.
보르도 3일째 이른 아침 보르도 시내 관광에 나섰다. 보르도 시청(Hotel de Ville) 앞에 성안드레아성당(Catherdrale Saint Andre)이 자리잡고 있다. 성당 앞에서는 휴일인데 직접 지은 농산물과 수산물을 파는 시장이 섰다. 성당 곁에 서 있는 종탑이 페베를랑탑(Tour Pey Berland)이다. 높고 뾰족한 고딕 양식은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장식이 아름답다. 종탑이 성당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이유는 종의 진동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페 베를랑(1375-1458)은 15세기 종탑 건축 당시 보르도의 대주교였다. 종탑은 백년전쟁 막바지인 1440년부터 건설이 시작돼 1500년에 끝났다. 당시 보르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종탑이 완공됐으나 종을 살 돈이 없자 1790년까지 주거 용도로 쓰였고 1790년 이후에는 공장으로 운영되다가 종이 설치된 1851년부터 비로소 고유의 종탑 역할을 하게 됐다.
취재 = 정종호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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