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모씨, 하네다 공항서 연행돼 경시청 공안부로… 배경 미스터리
9일 오후 한국인 전모 씨(왼쪽)가 일본 도쿄의 한 경찰서에서 경시청 공안부로 이송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한국에 머물고 있던 전 씨가 왜 일본행 비행기를 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씨는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고지마치(麴町) 경찰서 조사에서 야스쿠니신사에 침입한 이유와 폭발물을 설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또 일본에 재입국한 이유에 대해 “(이번 사건에 관여했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사건 현장인) 야스쿠니신사의 화장실을 확인하러 왔다”고 경찰에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전 씨가 무슨 의미에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씨는 이날 오후 경시청 공안부로 이송됐다.
일본 경찰은 현재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영장을 받아 전 씨를 조사 중이나 폭발물단속법 위반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날 담당 영사를 파견해 전 씨를 면회했다. 전 씨는 면회에 응했지만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는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면담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함구했다. 경찰서 주변에 일본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들었고 일부 우익들은 구호를 외치며 반한 시위를 벌였다.
그의 일본 입국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정만 나오는 상황이다. 먼저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입국했을 가능성이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전 씨에게 일본 입국을 권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전 씨가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주장을 하기 위해 스스로 일본 땅을 다시 밟았을 가능성도 있다. 전 씨는 이날 오후 4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편을 예약해 놓은 것으로 전해져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전 씨가 일본의 사법 절차에 협조하면서 2013년 중국인 류창(劉强) 사건처럼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류 씨는 2011년 야스쿠니신사의 문에 화염병을 던진 뒤 한국에 입국했다가 붙잡혔다. 당시 일본 정부는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법원에서 정치범으로 인정해 거절했다. 양국 관계는 한층 악화됐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전 씨의 체포와 관련해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체포가 이뤄지기 전까지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통보하거나 수사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