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빈곤층 노인 다룬 ‘하류노인-1억 총 노후 붕괴의 충격’
보도에 따르면 그는 35년 동안 연금을 부었고 그 대가로 노후에 월 12만 엔(약 113만 원)을 받았다. 이는 그가 거주하던 도쿄(東京) 스기나미(杉竝) 구의 생활보호대상 기준보다 2만 엔(약 19만 원) 이상 적은 금액이었다.
‘하류노인-1억 총 노후 붕괴의 충격’의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씨는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칼럼에서 이 사건을 두고 “범죄는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평생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열심히 일해 연금을 붓고 일본 경제성장에 기여한 인물이 이렇게 비참한 말로를 맞이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제목 중 1억 총이란 일본 인구의 대부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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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加藤·76) 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자위대를 거쳐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40대에 부모의 건강이 악화됐고 10년 동안 간호하느라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닐 수 없었다. 양친이 모두 돌아가시고 50대 중반이 된 그는 간호 일을 하다 정년을 맞았다. 은퇴 후 그에게 주어진 연금은 9만 엔(약 85만 원). 월세가 5만 엔이다 보니 생활비는 늘 부족했고 모았던 돈 500만 엔(약 4700만 원)은 금세 사라졌다. 상담을 의뢰했을 때 그는 길가에서 산달래를 캐 먹거나 노숙인 배급소에서 밥을 먹으며 연명하는 처지였고 키가 180cm인데 몸무게는 50kg에 불과했다.
저자를 찾아온 이들은 하나같이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 수입이 직장인 평균인 400만 엔(약 3800만 원)인 이들도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후지타 씨의 지적이다.
중산층이 하류로 전락하는 과정에는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 먼저 병이 들거나 사고를 당해 고액의 치료비를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녀가 연 수입 200만 엔(약 1900만 원) 이하의 ‘워킹 푸어’이거나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여서 부모에게 의지할 경우 하류 전락 가능성은 더 커진다. 황혼이혼을 하거나 당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전하는 경제대국 일본의 그늘은 심각한 수준이다.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같은 연령대 소득 중간값의 50% 이하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고령자 중 저축액이 200만 엔 이하인 이들이 30% 이상에 이르며 절반 이상이 ‘사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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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