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자금으로 개도국 SOC 건설… 단순 원조아닌 ‘윈윈’ 파트너십 갖춰야”
지난달 24일 인도네시아 반텐 주 랑카스비퉁의 카리안 댐 건설 현장에서 김종현 카리안 댐 컨설턴트 용역단장이 공사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랑카스비퉁=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현장 사무소가 있는 언덕 밑으로 잿빛의 가느다란 물줄기가 보였다. 이 지역의 젖줄인 치우중 강의 지류인 치베랑 강이다. 우기가 시작됐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강줄기는 건기 때처럼 쪼그라들어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적도 근방에 있는 열대성 기후지역이지만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우기에 불어나는 물을 담아둘 물그릇과 강물을 활용하는 관개시설 등 수자원 관리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도인 자카르타와 인근 지역은 197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활용수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시설이 턱없이 모자란다. 자카르타의 상수도 보급률은 60%에 불과하다. 물이 부족해 지하수를 끌어다 쓰다 보니 지반침하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2019년 10월 카리안 댐이 완공되면 자카르타 서부지역과 인근 탕그랑, 세르퐁 등 반텐 주 일부에 거주하는 약 400만 명이 깨끗한 물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5년간 5∼6%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열악한 인프라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말 들어선 조코 위도도 정부는 5개년 중기개발계획(2015∼2019년)을 발표하며 인프라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엄성용 수은 자카르타사무소장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향후 5년간 인프라 분야에 약 4769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며 “풍부한 자원과 많은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 시장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EDCF 사업 19개에 국내 기업 26곳이 참여했다.
수은은 카리안 댐 사업의 후속으로 이뤄질 도수로 및 정수장 건설사업도 EDCF와 수출금융을 결합한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댐 완공 후 실제 급수가 이뤄질 수 있게 각 도시로 이어지는 도수로와 정수장 등을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는 약 6억7000만 달러 규모의 대형사업이다.
인도네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차관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는 일본과 중국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엄 소장은 “인도네시아처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단순한 원조가 아닌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파트너십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EDCF와 수출금융을 동시에 지원하는 복합금융지원 등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랑카스비퉁=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