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두 스포츠부장
하지만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는 달랐다. 이전 경기까지 코치에게 대신 시켰던 출전선수 명단 교환을 직접 하기 위해 홈플레이트까지 걸어 나왔다. 승리에 대한 자신의 집념을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4회 말 수비 때는 더그아웃에서 큰소리도 질렀다. 소리가 향하는 곳은 선수들이 아닌 주심 쪽이었다.
준결승전에서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한국의 선발투수 이대은은 4회 말 첫 타자로 나선 나카타 쇼를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4번째 볼로 판정된 공은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공이었다. 김 감독은 아쉬움에 처음으로 주심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삼진 대신 볼넷을 얻어낸 나카타가 일본의 첫 득점을 올려 주심의 볼 판정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컸다.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은 주심의 고유 권한이다. 심판의 오심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비디오 판독의 대상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주심에 따라 스트라이크 판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은 절대 번복되지 않기 때문에 투수와 포수들은 경기 초반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승리한 김 감독도, 패배한 일본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도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잘못됐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안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일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투수들에게 인색했던 바깥쪽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판정이 일본 투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포츠는 오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감독도 선수도 오심에 대해 항의는 하지만 오심을 이유로 경기를 중간에 포기하지는 않는 이유다.
하지만 감독과 선수들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판정이 있다. ‘오락가락’ 판정이다. 똑같은 곳으로 오는 공에 한 번은 스트라이크로, 한 번은 볼로 판정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다. 종잡을 수 없는 이런 판정은 대개 ‘보상 판정’으로 이어진다. 경기 중 자신의 오심으로 피해를 본 팀에 대한 보상으로 상대 팀에도 똑같이 오심의 피해를 주는 것이다.
이현두 스포츠부장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