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엔터테이너/정명섭 지음/240쪽·1만5000원·이데아
옛날은 어땠을까. 반상(班常)의 구분이 엄격하던 그때 그 시절에도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살지 않았을까. 이 책은 이런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 속에는 비범한 삶을 산 조선시대 32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보적으로 못생긴 얼굴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조선판 개그맨’, 과거 시험 족집게 강사, ‘색드립’의 1인자 등 ‘별의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 몇몇은 ‘최 가’ ‘엄 도인’ ‘뱁새와 황새’와 같은 별칭으로 이름조차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수백 년이 지나서야 이들의 삶은 ‘엔터테이너’라는 호칭으로 재조명됐다. ‘조선백성실록’ ‘조선의 명탐정들’ ‘역사 라듸오 조선 그날’ 등을 쓴 저자는 역사 뒷골목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책은 교과서에서 볼만한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흥미롭다. 하지만 오늘날이었다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겠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이들의 이야기라 한편으로 ‘웃프다’. 홀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류문화도 있지 않았을까.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