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상수-SK 박진만(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옆에서 보는 수비동작은 유격수 교본
매번 후배들 몸상태 챙기며 부상 걱정
부상으로 인한 은퇴…정말 안타까워
“박진만 선배님을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운 게 정말 많습니다.”
‘국민 유격수’ 박진만(39·SK)이 26일 은퇴를 발표했다. 그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남다른 감회에 빠졌던 선수 한 명이 있다. 한때 박진만과 함께 뛰었던 삼성 유격수 김상수(25)다.
박진만은 김상수가 입단한 2009년 삼성 소속이었다. 막 프로에 발을 들여놓은 햇병아리 유격수 후배에게 대선배의 존재는 엄청난 힘이었다. 공교롭게도 유망주 김상수의 등장 이후 베테랑 박진만이 서서히 자리에서 밀려나는 모양새가 됐지만, 현역은 물론 역대 최고의 유격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박진만은 김상수에게 그 자체로 살아있는 롤 모델이었다. 박진만이 2010시즌을 마치고 SK로 이적한 뒤에도 김상수가 계속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던 이유다.
박진만의 은퇴 결심에는 부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달 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고, 내년 후반기에나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통산 2000경기 출장까지 단 7경기만을 남겨두고도 어렵게 유니폼을 벗기로 결심한 이유다. 김상수도 그 부분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그는 “처음에도 선배님이 부상을 당하셔서 내가 경기에 나가게 됐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여기까지 올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안 그래도 박진만 선배님을 야구장에서 뵈면 항상 ‘부상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거의 만날 때마다 그 말씀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특히 인조잔디에서 주로 플레이하는 후배의 몸 상태를 늘 걱정했다고 한다. 김상수는 “인조잔디에서 많이 경기하다 보면 무릎이나 발목이 금방 안 좋아진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얼른 야구장들이 천연잔디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말씀도 기억난다”며 “너무 대선배님이라 전화는 자주 못 드렸지만, 야구장에서 만나면 정말 반가웠던 분이다. 다른 것보다 부상 때문에 은퇴하시게 됐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돌이켰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