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국민大 등 수험생 견해 물어, 학생들 “답변 부담”… 적절성 논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사회적으로 갈등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가 대입 수시전형 실기고사 및 면접에서 질문으로 등장했다.
18일 치러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수시 실기고사에서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가에서 한 권으로 지정하는 국정으로 하느냐, 다수의 검인정으로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중이다. 아래 예시문(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 소개)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1000자 이내로 쓰는 해당 문항은 예시문을 본 뒤 이를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사업과 연관시켜 자신의 견해를 보태는 문제였다.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개별면접에서도 이 문제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17일 국민대 국사학과 수시면접에서도 개별질문으로 “국정화에 대한 본인 의견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나온 것. 해당 면접을 치른 한 수험생은 “정부의 국정화 전환 발표 이후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대 국사학과 수시모집에서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수험생의 견해를 물은 한 교수는 “수험생의 사고력과 임기응변을 평가하려는 취지였다”며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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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학교나 면접 교수 성향에 따라 맞춤형 대답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에서, 국정화 찬성·반대에 대한 입장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하다.
한편 한국사 국정화 논란이 대입 문항으로서 적절한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지역의 한 입학사정관은 “대입 면접에서는 수험생의 ‘정치적 견해’ ‘종교적 성향’을 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지금처럼 여야 정치권마저 갈려서 첨예하게 논쟁하는 사안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는 것은 수험생의 이념 성향을 물어보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지역의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어떤 대답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장과 그 근거를 통해 논리적 사고력을 보는 것인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