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자살폭탄’ 터키 민간인 대상 테러 참사의 배후는 IS?

입력 | 2015-10-11 16:58:00


9일 오전 10시 터키 수도 앙카라 중앙역 앞 광장에 조기총선을 3주 앞두고 터키 정부군과 쿠르드족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간의 유혈충돌 종식을 촉구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기 위해 모여들었다

본격적인 시위를 앞두고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손을 잡고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거의 동시에 가까운 곳에서 또 폭발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광장은 피로 범벅이 되고 깃발과 플래카드가 어지러이 나뒹굴면서 처참한 모습으로 변했다. 패닉에 빠진 시민들은 땅바닥에 앉아서 울부짖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한 남성이 광장에 가방을 내려놓고 줄을 당기자 폭발이 일어났다”며 “10~15초 사이에 두 차례 폭발했고 사람들이 쓰러졌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터키 정부는 이날 2차례의 자살폭탄 테러로 95명이 사망했고, 245명이 부상당했으며 이 중 48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수도 앙카라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사상 최악의 테러로 터키 전역이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테러 배후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희생자들은 터키 정부에 쿠르드 반군과의 유혈 충돌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던 반정부 성향 단체와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 지지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정부와 쿠르드 반군 간의 평화를 원치 않는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리 총리는 이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PKK, 극좌 성향의 ‘혁명민족해방전선’ 등 3대 테러조직을 용의자로 꼽았다.

CNN은 “앙카라 도심 테러는 IS가 터키의 심장부로 전쟁을 확대하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IS는 터키가 서방의 IS공습에 동참한 이후로 터키를 비난해왔다. CNN은 이번 테러가 지난 7월 터키 남부 수루츠에서 IS 조직원이 친 쿠르드계 정당 지지자들에게 자행한 자폭테러와 유사한 IS 자폭테러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8년 조직된 PKK는 터키 인구의 최대 20%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동부에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무장항쟁을 벌여온 단체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너 카가프타이 연구원은 “PKK가 터키와 계속해서 싸우기를 희망하는 세력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터키와 PKK 간의 대립이 심화하면 IS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터키 총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이 13년 만에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11월 1일 조기총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반정부 언론들은 AKP 정부가 PKK의 유혈충돌을 유발해 PKK에 반대하는 터키 민족주의 부추겨 표를 얻으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일각에서는 PKK 가운데 분리독립을 위해 무장항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가 이날 ‘자작극 테러’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

터키 정부는 10일 앙카라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사흘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터키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미국 국민은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터키 국민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위로의 전문을 보냈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