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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일만에 모습 드러낸 이완구 “비타 500은 거짓”

입력 | 2015-10-03 03:00:00

성완종 불법자금 수수 혐의 첫 공판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역대 최단명(63일) 국무총리’라는 기록을 남긴 이완구 전 총리(65)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140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

2013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에게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 공판이 시작돼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그는 “국회의원”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모두진술 때는 미리 메모해 온 A4용지 2장을 꺼내 들고 “국가의 중책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심려 끼쳐 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오늘 개인 이완구로서,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받은 40년 공직자로서 심정의 일단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거명한 데 대해 “고인이 구명운동 중 저의 원칙적인 답변에 서운한 마음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성 회장이 구명 요청을 거절하자 자신을 겨냥해 허위 주장을 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그는 “수사기록 2700여 쪽 어디에도 문제의 ‘비타500’은 없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선거사무소 문을 두드리고 돈을 주고받는 게 상식적으로나 경험칙상 어느 누가 받아들이겠나”라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성 회장이 쇼핑백에 돈을 넣어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검찰은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힌 2013년 4월 4일 당시 성 회장의 일정표와 비서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새로운 증거자료들을 제시했다. 성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임모 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비서들이 단체 대화창에서 성 회장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상세히 공유했다”고 진술했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성 회장은 당일 오후 2시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개소식에 참석한 데 이어 38분 뒤 충남 부여의 이완구 당시 후보자 선거사무소로 출발한 것으로 돼 있다. 오후 4시경 이 당시 후보자 사무소에 도착했고, 5시 8분경 서울로 출발했다.

이에 이 전 총리의 변호인은 “실시간으로 성 회장의 동선을 공유하던 대화창이 이상하게 선거사무소에 들어간 한 시간 동안은 조용했다”며 대화록의 편집 혹은 수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판이 끝난 뒤 이 전 총리는 취재진에게 “‘비타500’의 ‘비’자도 없는데 패러디를 당하고 지상파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데 총리로서 기분이 어땠겠느냐”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