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숭호·정치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핵 합의 타결을 축하하며 제재 해제 시 금융거래 복원 등 협력을 약속했다. 반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보조를 맞추는 데 집중한 한국은 정상급 접촉의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유엔 총회에서 양국 외교장관 회담만 2차례 했다. 북한과 관계가 돈독한 이란이 한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 크다. 이란은 세계 4대 원유 보유국이자 한국의 중동 최대 수출국이다.
아베 총리는 유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회담하고 협력을 당부했다. 한국이 미국 견제(우크라이나 사태 영향)로 한-러 고위급 교류를 주저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한국 대통령은 푸틴의 방한(2013년 10월)에 대한 답방도 하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지난달 20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한번도 모스크바를 간 적이 없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30일에 진행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홈페이지에 소개하지 않았다. 일-호주, 일-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회담을 홈페이지에 ‘신착 정보’로 알린 것과 대비된다. 한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우리만 조급한 것이 아닌지, 정작 만나야 할 대상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한국 외교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때다.
조숭호·정치부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