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日, 다시 ‘전쟁가능 국가’로 돌아갔다

입력 | 2015-09-19 03:00:00

연립여당 ‘안보법안’ 참의원 본회의서 강행처리
아베 내각 불신임안 부결… 자위대에 선제공격권




패전 70년 만에 일본 자위대가 전쟁할 수 있는 군대로 돌아갔다. 일본의 전후 평화헌법 체제가 무너지면서 동북아 외교안보 질서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일본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19일 오전 2시 20분경 참의원 본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11개 안보 관련 법안 제정·개정안을 가결했다. 17일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6분 만에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데 이은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내각불신임안 등으로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오직 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할 수 있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은 폐기되고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났다.

안보법안의 핵심은 평화헌법 해석을 변경해 그동안 금지됐던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일본은 자신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미국 등 밀접한 제3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위대가 일본 주변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군사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확보했다. 이 같은 조항들은 일본 헌법 9조의 ‘전쟁 포기’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석 개헌으로 입헌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에 내각불신임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한 문책결의안 등을 줄줄이 제출하며 저항했다. 양원 여대야소의 구도에서 이들 안건은 부결됐지만 다른 안건보다 우선 심의하게 돼 있는 불신임결의안 등을 통해 안보법안 표결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전략이었다. 중의원에서는 이미 7월 안보법안이 통과됐다.

이날 국회 의사당 주변에서는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대학생 등이 집결해 “아베 정권은 파시스트다. 전쟁과 파시즘이 다가오고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동북아 안보 환경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일본은 ‘전범국가’에서 벗어나 미군과 함께 언제 어디서든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유사시 한국 정부의 동의를 조건으로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안보법제 통과에 대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방위안보정책의 중대한 변경으로 보고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집단자위권 행사도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의 평화·안정을 해치지 않게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때 한반도 안보나 한국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반드시 한국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안보법안 통과와 관련해 “우리는 지역 및 국제안보 활동에서 일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의 가상 적국인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장원재 특파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