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 ‘사랑이 이긴다’의 최정원과 제작투자 박유진 신부
영화로 만난 신부님과 뮤지컬 배우. 한국가톨릭문화원장인 박유진 신부(왼쪽)와 주연을 맡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영화 ‘사랑이 이긴다’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저예산 영화로 현재 일부 극장과 서울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그리고 전국의 예술 전용 극장 등에서 상영 중이다.
17일 은아 역으로 영화에 처음 출연한 뮤지컬 배우 최정원(47)과 영화의 제작과 투자를 맡은 한국가톨릭문화원장 박유진 신부(53)를 만났다.
“민 감독이 1순위도 아니고 0순위로 정원 씨와 작업하려고 했어요. 인연이다 싶었죠. 민 감독은 영화 잘되면 우선 정원 씨에게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하는데….”(박 신부)
“거의 재능기부죠. 호호”(최)
가톨릭 신자인 최정원은 1999년 수중 분만 1호로 딸을 출산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 딸이 벌써 성장해 음악을 지망하는 여고 1년생이 됐다. 조연은커녕 카메오로도 영화에 나서지 않은 그는 “가족과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영화라 개런티와 관계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신부가 가톨릭과 관련한 대사나 언급이 전혀 없는 영화 투자를 맡은 것도 이색적이다. 그는 사제 수품 25주년인 은경축을 맞은 동창 신부를 중심으로 선후배 신부 50여 명의 힘을 모아 제작비 3억 원을 모았다. “가톨릭 교리의 일관된 가르침은 사랑과 생명, 가정의 소중함이죠. 여고생의 자살 역시 우리 시대의 단면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교회의 몫이기도 합니다.”
극 중 딸을 죽음으로 내모는 엄마 은아 역의 최정원. 민병훈 필름 제공
뮤지컬 배우와 신부님의 영화 토크가 이어졌다. 47세 늦깎이로 영화에 데뷔한 최정원의 주름살도 화제였다. 그는 “주름살조차 없이 매끈한 요즘 배우 얼굴과 달리 눈가의 생생한 주름이 살아 있는 배우의 얼굴이라는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며 “무대와 달리 영화는 배우의 주름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보여 줘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고 했다.
박 신부는 외할아버지가 극장을 운영해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는 반면 우리는 반대로 간다”며 “사람들이 힘들어질수록 정부와 교회가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