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별관 터 활용 제안 봇물… 서울시 “설계공모 결과 나온뒤 검토”
20일 서울 중구 국세청 남대문별관(옛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 부지 모습. 뒤편으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보인다. 최근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에서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4·19혁명 관련 단체들이다. 신광성 4·19혁명 공로자회 부회장은 2일 “1960년 4월 19일 오전 11시 경무대(현 청와대)로 향하던 대학생의 행진이 시작된 장소가 바로 철거된 국세청 별관 앞이다”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시발점으로 의미가 매우 큰 공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관련 단체들은 현재 덕수궁 지하보도 뒤편에 방치된 ‘4·19혁명 50주년 표지석’을 없애고 대신 4·19혁명 기념탑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만간 기념탑 설치 공동성명을 내고 서울시에 의견서를 낼 예정이다.
부지 뒤편에 자리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시작된 장소인 성공회성당 측은 ‘6월 공원’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정치적 의미에만 초점이 맞춰져 향후 ‘갈등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한승 신부는 “과거사보다 공감 상생 소통 등 미래적 가치를 담은 시민공간으로 조성하는 게 달라진 성공회의 의견”이라며 “이 장소에서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처럼 극단적인 정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또 일제에 패망한 대한제국(1897∼1910)을 기리는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다.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1897∼1970)의 생모 엄귀비(1854∼1911) 사당(덕안궁)의 마당이 이곳에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외부에서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강성욱 서울시 공공재생과장은 “현재 부지 활용을 위한 설계공모가 진행 중이라 미리 성격을 정할 수는 없다”며 “10월 초 결과가 나온 뒤 각 단체의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