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캠퍼스서 밭 100m² 경작… 창업동아리 ‘農樂’대표 이다슬씨
지난달 28일 가톨릭대 교내 단체 ‘농락’ 대표 이다슬 씨(왼쪽에서 네 번째)와 동료들이 텃밭을 가꾼 뒤 한자리에 모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학생인 이다슬 씨(21·여)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말이다. 이 씨에겐 ‘잘 지내느냐’는 안부 인사나 다름없다. 다들 그럴듯한 스펙 쌓기에 한창일 시기, 이 씨는 농사에 열중하고 있다. 밭에서 삽질하는 학생은 이 씨 외에도 10여 명 더 있다. 이들은 바로 가톨릭대 교내 단체 ‘농락(農樂:농사짓는 즐거움)’ 회원들. 2년 전 농락 2기로 농사를 시작한 이 씨는 올해부터 농락 대표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28일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캠퍼스 안 텃밭에서 이 씨를 만났다. 중앙도서관 뒤편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100m²(약 30평) 규모의 경지가 있었다. 그는 “오전에 농락 회원들과 이곳에 배추 당근 총각무를 심었다”며 “몇 달 전에는 상추 청경채 치커리 옥수수 등도 재배했다”고 자랑했다.
농락은 재배한 작물을 상품으로 판매한다. 텃밭을 가꾸는 대학 환경 동아리는 몇 군데 있지만 농사를 지어 적게나마 수익을 내는 곳은 농락이 유일하다. 특히 이들이 직접 키운 재료로 만든 컵 샐러드는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 80여 개의 컵은 내놓자마자 매번 매진이다. 손수 경작한 채소는 학교 주변에 쌈 채소를 이용하는 고깃집, 김장을 담그는 식당 등에도 판다. 주민들이 텃밭에 놀러와 직접 사가기도 한다.
아직 수익은 매년 50만∼80만 원 정도. 절반은 교내 장학금으로, 나머지는 방과 후 아이들을 지원하는 ‘꿈나무아동종합상담소’에 기부한다. 이 씨는 “저희와 거래하는 식당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작물을 사들여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적은 양이라도 꼬박꼬박 구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농락의 활발한 활동 덕에 경기도 그린캠퍼스협의회, 대학생환경연합회, IBK기업은행 등도 작물 모종을 제공하는 등 후원하고 있다. 처음엔 “학생들이 섣불리 농사를 지으면 조경을 해치거나 병해충이 많아질 수 있다”고 반대하던 학교도 지금은 “필요하면 땅을 더 내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농락을 창업동아리로 분류해 교내 텃밭 이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씨는 농작물을 손수 재배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대학생들도 농업의 주체가 되어 로컬푸드 생산에 앞장섰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농사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대학생 농촌창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