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서 사인규명 요구 시위, 경찰은 자살 결론… 검찰서 재조사
흑인 여성이 구치소에서 의문사한 사건으로 미국에서 또다시 흑백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미 CNN에 따르면 25일 일리노이 주 라일의 흑인 감리교회에서 열린 샌드라 블랜드 씨(28)의 장례식에 추모객 수백 명이 몰려 사인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6일 피해자의 모교인 텍사스 주 프레리뷰A&M대에서도 지역 교회의 주도로 추모 집회가 이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샌드라를 위한 정의(JusticeForSandy)’라는 이름이 붙은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내 인생엔 문제가 있다’ ‘이젠 정말 충분하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시위대는 26일 프레리뷰A&M대에서 고인이 체포된 거리까지 행진했다. 시위를 이끈 배슈티 머피 매켄지 주교는 “우리가 시위를 하고 있는 이 대학은 옛 흑인 노예 농장이 있던 곳이다. 힘들게 일군 변화를 기억하자”며 블랜드 씨의 죽음에 대한 연방 차원의 수사를 촉구했다. 집회에 참가한 고인의 동료 라본 모즐리 씨는 “텍사스 주에는 여전히 카스트제가 존재한다”며 “그녀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고,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미 허핑턴포스트는 “인종 차별이 비교적 덜한 텍사스 주에서도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블랜드 씨는 이달 10일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뒤 사흘이 지나 텍사스 구치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목에는 비닐로 된 쓰레기봉투가 감겨 있었다. 경찰은 “블랜드 씨가 우울증을 앓았다”며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월러카운티 지방검찰청은 20일 “여러 의문점이 발견됐다”며 사인을 재조사하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