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대표적 히트 상품 제조… 출연硏 연구원서 원장 된 3인방
1990년대 ‘메가 히트’를 기록한 당근 주스, 2000년대 서울∼부산을 2시간대에 이은 KTX-산천, 그리고 2년 전 우주 강국의 발판을 마련한 한국의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
이들은 모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이 내놓은 히트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이들을 개발하며 연구자로서 가장 힘들지만 최고의 시절을 보낸 주인공들이 지금은 원장이 돼 각 기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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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는 집집마다 녹즙기를 구입할 만큼 건강이 사회적인 트렌드가 됐습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자는 한 기업의 요청을 받고 당근을 떠올렸지요.”
박용곤 한국식품연구원장은 국내 최초의 채소류 주스이자 상업 건강 주스의 시초인 당근 주스를 개발했다. 당근 주스를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긴 유통기간 중에도 상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살균을 위해 당근 주스에 열을 가하자 당근 주스가 맑은 물과 주황색 층으로 분리됐다. 당근의 단백질이 열에 변성을 일으켜 색소와 함께 침전된 것이다. 박 원장은 “당근을 먼저 가열해 단백질을 변성시킨 뒤 주스를 짜냈더니 층 분리 현상이 없어졌다”면서 “이 과정에서 당근 특유의 흙냄새도 없어지고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사탕 껍질에 싸인 호박엿도 박 원장의 작품이다. 호박 속 섬유소에 젤라틴을 넣어 호박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에는 들러붙지 않는 호박엿을 만들었다. 사탕처럼 만들어 편의성도 높였다. 박 원장은 “현재 세계 기능성 식품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인삼을 빼면 찾기가 어렵다”면서 “한국적인 새로운 식품 소재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기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한국 고속철 개발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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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기술적 자존심까지 실패로 만들 순 없었다. 밤새 열차 고장 원인을 찾은 끝에 임시 배터리로 바꿨더니 열차가 시속 300km를 가뿐히 넘겼다. 김 원장은 “당시 프랑스산 고속열차도 한창 시운전 중이었다”면서 “열차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면 디젤차가 와서 끌고 가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완성된 고속철은 2004년 12월 시속 350km까지 달렸고, KTX-산천에 그대로 들어갔다.
김 원장은 최근까지 차세대 고속철인 ‘해무’ 개발을 이끌었다. 해무는 2013년 울산∼동대구를 시속 421.4km로 달리며 프랑스, 중국, 일본에 이어 속도로는 세계 4위를 기록했다. 그는 “우리 철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해외로 내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로켓은 내 인생
“발사 성공의 순간을 평생 어떻게 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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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로켓 과학자를 꿈꾸지 않았지만 1988년 항공우주연구원의 전신인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들어가면서 조 원장은 운명처럼 로켓을 만났다. 1993년 쏘아 올린 한국의 첫 과학로켓 ‘KSR-I’의 부품은 아직도 그의 연구실 한쪽에 놓여 있다.
조 원장은 “1997년 ‘KSR-II’ 발사에서 첫 실패 후 받은 스트레스로 얻은 위궤양이 평생을 따라다닌다”면서 “나로호가 1차 발사에서 실패했을 때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성공하겠다는 생각뿐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나로호 후속인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3단에 사용될 7t 엔진 점화 시험과 1단을 받칠 75t 엔진 개발이 핵심이다. 조 원장은 “75t 엔진 개발이 쉽진 않지만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