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관악산에서 열린 한 스포츠용품 회사의 트레일러닝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좁은 등산로를 뛰어 내려가기 위해 등산객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달리기가 인기다. 스포츠 업체들이 주최하는 행사도 줄지어 열리고 있다. 마케팅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달리기 행사는 ‘타깃 고객’들이 다수 참가해 제품을 직접 홍보할 수 있고 잠재적 소비자층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업체들이 참가자 안전관리에는 소홀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4일 A 스포츠용품 회사가 주최한 자전거 타기 교육 행사에서는 여성 참가자 박모 씨(26)가 국도에서 자전거를 타다 뒤따라오던 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 6월 한 달리기 행사에서도 참가자 2명이 탈진해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이 전문 구급요원을 배치해 안전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말하지만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간단히 상황 대처법만 일러주고 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별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올라가면서 9번, 내려오면서 6번 10여 분 단위로 휴식을 취했다. 초보자를 위한 배려였다. 휴식시간에는 끊임없이 안전하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실제로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달리는지는 살피지 않았다. 사고는 터졌다. 내리막을 내려가던 한 여성 참가자와 남성 참가자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괜찮냐”고 걱정해주고 스프레이 파스를 부상 부위에 뿌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부상자들은 절뚝거리며 산을 내려왔다. 전문 산악인 박현수 씨(35)는 “산을 오르내리며 당한 부상은 교통사고와 같아 후유증이 심하다”며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에 전문 구급요원은 필수적으로 배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김재희 인턴기자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