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12년 만에 내한공연… 최정원-아이비 관람평
12년 만에 내한공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시카고. 전설적 안무가 밥 포시 특유의 관절을 꺾는 춤 동작과 스타일리시한 안무를 볼 수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국내에서 가장 많이 ‘벨마’ 역을 맡은 최정원(왼쪽)과 2012년부터 ‘록시’ 역을 맡아온 아이비. 두 사람은 “시카고의 상징과 같은 검은색 슈트로 맞춰 입고 왔다”며 활짝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최정원은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앤드 등에서 7차례 시카고 외국팀 공연을 봤는데 이번 내한 공연을 베스트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내한 공연하는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공연 내내 내가 록시로 무대에서 과장된 연기를 한 것 같아 반성했다”며 웃었다. “록시가 어떻게 보면 꽤 얄밉잖아요? 순진한 남편을 농락하고 벨마의 모든 것을 빼앗으니까요. 그런데 오리지널팀의 록시 역을 맡은 다일리스 크로만은 시종일관 ‘오바’하지 않으면서 관객에게 미움 받지 않는 사랑스러운 록시였어요.”
시카고는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의 안무로 유명한 작품. 관절을 꺾는 동작을 비롯해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춤이 많아 시카고는 춤꾼으로 알려진 배우들도 어려워한다.
최정원은 “벨마 역의 테라 매클라우드의 춤을 유심히 봤는데 이 배우가 4세 때부터 발레를 전공해 그런지 특히 유연했다”며 “시카고 안무의 특징이 항상 손가락을 매니큐어 바를 때처럼 펴는 건데, 긴 팔과 손가락을 지닌 외국 배우의 팔 동작이 눈에 도드라졌다”고 말했다.
아이비도 “한국 배우들의 춤이 다소 각이 진 느낌이라면, 내한 팀들은 마치 발레를 보듯 유연했다”고 평했다.
“한국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죽을힘’을 다해 추는 경향이 있거든요. 근데 이번 팀은 어느 부분에선 상당히 절제하고, 어느 부분에선 폭발적으로 추는 등 강약을 조절하더군요.”
무엇보다 두 배우 모두 재즈풍의 ‘시카고’ 노래는 그 어떤 언어보다 영어로 들었을 때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최정원은 “벨마 역의 배우가 올 댓 재즈를 부를 때 영어 굴림소리로 늘려 부르며 애드리브로 고음을 내지르는데, 한마디로 음을 ‘갖고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어로 이 곡을 부를 때도 ‘올 댓 재즈’ 부분은 영어로 하지만 최대한 절제한 발음으로 불러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아이비는 “1막 마지막에 록시와 벨마가 듀엣곡 ‘마이 오운 베스트 프렌드(My Own Best Friend)’를 부르는데 두 배우가 고음에서 화음을 넣는 게 독특했다”며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선 브로드웨이에서 온 연출가가 애드리브를 허용하지 않아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연은 8월 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4만∼14만 원. 02-577-198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