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헌트, UCL명예교수 물러나고 왕립학회서 사과 종용에 절망 “농담인데 성차별이라니 억울”
여성 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팀 헌트 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명예교수(오른쪽)와 그의 아내 메리 콜린스 UCL 면역학과 교수. 사진 출처 옵서버
“여성들과 얽힌 제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실험실에 여성들이 있을 때 세 가지 일이 일어난답니다. 당신은 그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도 당신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다 당신이 비판을 가하면 그들은 눈물을 터뜨립니다.”
분명 여성 비하적 요소가 담긴 발언이었지만 여성 과학자들과의 오찬 때 농담 비슷하게 나온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이 트위터를 통해 “여성 과학자들은 울기만 해서 골칫덩이”라는 취지로 퍼져나가면서 헌트 전 교수는 10일 영국 도착 전에 평생 쌓아온 과학자로서 경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UCL은 명예교수직 사표를 내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했고, 유럽연구이사회(ERC)는 이사직에서 물러나라고 했으며, 영국왕립협회는 이미 유감 표명을 한 그에게 더 정중히 사과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헌트 전 교수는 문제의 발언을 했던 때의 상황에 대해 “불안하고 조금 혼란스러워 미쳐버렸던 것 같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반어적인 농담에 불과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동료 과학자 중 누구도 자신에게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지 않고 자신을 ‘성차별적 돼지’로 낙인 찍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끝장났다”면서 “과학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는데 독극물 신세가 돼버렸고 내 입장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학술기관에 의해 버려졌다”고 말했다.
아내 콜린스 교수도 남편의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 발언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말을 종종 하지만, 성차별주의자는 아니다”면서 “나 자신이 여성주의자인데 만약 그가 성차별주의자였다면 내가 참지 못했을 것”이라며 남편에 대한 ‘마녀사냥’에 분개했다.
헌트 전 교수를 잘 아는 여성 과학자들도 변론에 나섰다. 오톨린 라이저 케임브리지대 식물학 교수는 “대학원 과정 때 그의 제자였지만 그는 성차별주의자가 아니었다”며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과학 분야에 뛰어든 여성에게 끔찍한 시간이 기다린다는 암시라면 반대로 나는 환상적 시간을 가져왔다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