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장소 문제는 행사의 성격, 내용, 주도권 등과 관련이 있다. 북측은 서울에서 6·15남북공동행사를 진행해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따른 자주통일’을 강조하면서 외세 배격을 강하게 들고 나올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남측 당국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민족 정체성보다는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내세우고 광복 70주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그래서 민족 정체성과 관련한 6·15행사는 평양에서, 국가 정체성이 강한 8·15행사는 서울에서 개최하길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주장한 대로 정치적 성격을 가지려면 과거 두 차례 진행했던 반관반민의 대표단을 구성하고 6·15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당국 간 대화와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당국 대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정치색을 배제하고 민간의 의지를 모아 당국에 호소하는 형태를 띨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간 차원의 정치행사란 말이 나오면 남측 정부는 통일전선전술에 놀아난다는 비판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북화해를 모색하는 민간행사가 남남갈등을 불러온다면 당국 간 관계 복원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