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2일 오후 @clad****님이 올린 이 글은 3일 오후 5시까지 4677건의 리트윗을 기록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포함된 글 가운데 가장 널리 퍼졌다.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질타한 내용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마저 “메르스의 총체적 난국을 보면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보는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 속에서 온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정부 대응을 질타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 오후 4시 반까지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메르스를 언급한 문서는 무려 78만7340건이 검색됐다. 엄청난 규모다. 2일 하루에만 38만7338건을 기록했다. 경이로운 수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튿날인 4월 17일 언급량이 20만7850건이었고, 세월호 참사 1주년인 올해 4월 16일 하루 언급량이 43만2470건이었다. 1주기 추모 해시태그 캠페인이 다수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2일의 메르스 언급량 규모는 사실상 빅데이터 관측사상 하루 최고치라고 볼 수 있다.
메르스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환자(18만7822건)가 차지했다. 사람들은 확진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사실을 빠르게 퍼 날랐다. 2위는 낙타(13만2926건)가 차지했는데 이는 교육부가 학교에 발송한 공문 때문이었다. 당국이 내려보낸 ‘메르스 질병정보 및 감염예방 수칙’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나 멸균되지 않은 생낙타유를 먹지 말라’는 등 황당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usok****님은 “학교 가정통신문Xㅋㅋ 낙타랑 접촉하지 말고 낙타고기 낙타유 먹지 말라Y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낙타가 비둘기세요?”라는 글을 올려 100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했다. 또 누리꾼들은 “출근할 때 낙타는 타지 말아야겠다” “부장님 낙타가 아파서 출근 못 하겠습니다” “아 낙타가 금지돼서 통학낙타 못 타고 버스 타느라 지각할 뻔” 등의 글을 올렸다.
3위에는 정부(11만6473건)가 올라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물었고, 4위는 병원(9만3268건), 5위는 감염(7만6345건)이 차지했다. 또 카카오톡 등에서는 메르스 확진 환자 병원 리스트가 퍼지기도 했으나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유언비어인 셈인데 정부의 정보 통제가 이들의 확산을 가중시켰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하태경 의원 등은 감염 지역, 감염자 명단, 병원 등의 공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6, 7, 8위에는 검사, 보건복지부, 박근혜 대통령이 올랐고 9위는 메르스 진원지인 중동이, 10위는 품절 사태를 맞고 있는 마스크가 차지했다.
“메르스가 미국에 상륙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지난해 5월 2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톰 프리든 국장이 했던 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염된 2명의 미국인 확진 환자에 대한 초동 대응은 완벽했고 2차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메르스가 우리나라에 유입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둘의 차이가 한국의 메르스 대란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평론가가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당국자들의 철저한 준비와 투철한 책임의식만이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