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말 콘서트’ 저자
우리는 ‘Art is long, life is short’를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고 옮기면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말이라고 덧붙인다. 의사는 예술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좀 이상하다. 이 말의 출처인 히포크라테스의 경구는 ‘The art is long, life is short, opportunity is fleeting, experiment is uncertain, judgment is difficult(의술은 길다, 생명은 짧다, 기회는 빨리 지나간다, 실험은 불확실하다, 판단은 어렵다)’이다. art가 예술을 의미할 때는 관사를 안 붙인다. ‘기술’을 뜻할 때는 the healing art(의술), the martial art(무술)처럼 the를 붙인다. the art를 의술로 옮기면 life 또한 생명으로 옮겨야 문맥이 맞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했다. “In married life, three is company, and two is none.(결혼생활에서 셋이면 잘 유지가 되는데 둘이면 깨진다.)” 흔히 ‘자식이 있으면 결혼생활이 유지되는데 부부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고 번역한다. 그러나 와일드는 ‘적당히 외도를 하면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지만 그런 도피처가 없으면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로 말했다. 이 무슨 발칙한 농담인가? 희곡 ‘진지함의 중요성’에 나오는 이 대사는 결혼은 신성하다는 사회적 통념을 풍자적으로 비꼬며 영국 빅토리아기의 위선을 가차 없이 폭로한다.
10문장 272단어로 이뤄진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근대 정치 산문의 원조다.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로 끝난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판에 박은 듯 번역한다. 올바른 번역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이다. 문법에 통달한 링컨은 government가 ‘정치’(관념적 개념)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관사를 붙이지 않았다. shall은 ‘필연’이 아니라 ‘임무’를 나타낸다. 선행하는 구절 ‘the great task remaining before us’(우리 앞에 놓인 커다란 임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민주주의란 저절로 발전하는 ‘필연’이 아니라 헌신해야 하는 ‘의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윤재 ‘말 콘서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