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2% 골프장-택지개발로 변형… 서울 여의도 면적 7배 사라져 지하수 오염-동식물 피해 가속화… 지속가능한 활용 방안 마련 시급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이 각종 개발사업으로 훼손되고 있어 보전과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한 종합 연구조사가 시급하다. 임재영 기자jy788@donga.com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돌, 자갈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어. 제주지역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에 형성된 숲이다. 제주고사리삼, 백서향, 개가시나무 등 희귀멸종식물이 서식하고 압록강 등지에서 자라는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도 있다. ‘숨골’로 불리는 용암함몰구는 지하수를 만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지역주민들은 곶자왈에서 땔감, 숯, 산나물 등을 얻고 소나 말을 방목했다. 이처럼 자연생태, 인문, 용암 지질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곶자왈이 상당히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 개발사업으로 곶자왈 훼손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등 관광지 개발로 603만5000m²의 곶자왈이 파헤쳐졌고 영어교육도시 택지 개발 등으로 422만2000m²가 사라졌다. 채석으로 66만8000m²가 이미 파괴됐으며 계속되는 채석으로 훼손 면적은 더욱 늘어날 상황이다. 정 교수는 “관광지 개발, 골프장과 도로 건설 등으로 곶자왈의 지질, 지형 구조가 파괴돼 원상태로 복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곶자왈 훼손은 토양과 지하수 오염, 완충 기능의 저하, 생태관광자원 감소, 동식물 피해 등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 보전과 활용 방안 필요
곶자왈은 조천∼함덕, 구좌∼성산, 한경∼안덕, 애월 등 4개 지대로 나뉜다. ‘버려진 땅’이었다가 2000년대 들어 자연생태, 지하수 함양 등이 밝혀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레 코스가 곶자왈을 지나고 탐방로도 생겨났으며 2011년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곶자왈 154만 m²가 ‘곶자왈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 곶자왈의 60%가 사유지로 확인된 가운데 훼손을 막기 위해 제주도, 산림청 등이 2009년부터 곶자왈 매입사업을 펼쳐 358만 m²를 사들였다.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참석자들이 ‘제주도 용암숲 곶자왈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지원’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제주도가 지난해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를 만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곶자왈 용어가 법률적, 학문적으로 지위가 확고하지 못하고 전체 면적조차 기관마다 다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