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력 숨은 실세, 국회 보좌관]허술한 제도 악용하는 의원들
안정곤 보좌관(왼쪽에서 두 번째) 등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 보좌진이 22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정부 행정과 예산 편성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입법 전문가인 국회 보좌진은 여의도 정치권의 숨은 실세라고도 불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10년 2월 18대 국회에서 5급 비서관 한 명을 증원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내걸었던 이유다. 이로써 의원실에는 △4급 보좌관(2명) △5급 비서관(2명) △6, 7, 9급 비서(각 1명) 등 별정직 공무원과 인턴 2명 등 최대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부작용이 생겼다. 5년이 지난 현재 입법 취지와 무관한 일을 하는 비서관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의원들이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에게 5급 비서관 직위를 주거나 지역구 관리를 맡기는 경우까지 생겼다. 한 의원은 “운전기사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직종이고 나이가 다른 보좌진보다 많아 5급을 주게 됐다”고 해명했다.
새정치연합의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칙안’에는 ‘국회가 보좌직원에게 지급할 목적으로 책정한 급여를 다른 목적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등록은 돼 있지만 실체는 없고 급여는 의원이 챙기는 ‘유령 보좌진’의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국회 보좌진의 채용에 대한 감독기관이 없자 입법기관이 편법을 쓰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좌진 채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관식 국민대 겸임교수(정치학)는 “보좌진을 국회의원 개인이 채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보좌진들이 의원실 소속이 아닌 사무처 소속으로, 상임위별로 뽑는 ‘보좌진 풀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의원이 낙선하더라도 해당 보좌관을 국회가 관리하며 다음에 들어오는 의원과 일할 수 있도록 하면 대행정부 감시능력 등 보좌관들 개개인의 능력이 사장되지 않고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택 연세대 북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의원 개개인별로 인터넷에 공채 전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