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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軍제대 命 받았습니다”… 일터로 돌아오는 마이스터高 1기

입력 | 2015-05-14 03:00:00

현업 복귀 여부에 정책 성패 달려




‘마이스터고 1기’ 출신 황정기 포스코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과 주무(위)는 올해 1월 제대하고 3월에 입사했다. 그는 “기술력과 인격을 고루 갖춘 명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입사한 뒤 군 복무 중인 마이스터고 출신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회사에 보내온 편지. 포스코·대우조선해양 제공

“우리 사회가 고졸이 성공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지는 제게 달렸어요. ‘철강’ 하면 누구든 제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명장이 되고 싶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과에서 일하는 황정기 주무(21)는 올 3월 ‘뒤늦게’ 입사했다. 충남 합덕제철고 3학년이던 2012년 10월 포스코에 합격하고 2년 5개월 만이다. 황 주무는 마이스터고 1기로 고교 졸업 뒤 바로 입대했다가 올 1월 제대했다.

2013년 2월에 배출된 ‘마이스터고 1기’ 졸업생들(3560명)이 산업현장에 복귀하고 있다. 졸업 뒤 바로 군대에 갔다면 최근 제대했거나 곧 제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졸 전성시대’를 목표로 5년 전 처음 개교시킨 마이스터고의 성패가 실험대에 오른 셈이다.

고졸자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는 기업이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군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지난해 기준으로 재학생의 85%가 남학생인 마이스터고의 특성상 취업 뒤 입대는 피할 수 없어서다.

황 주무는 합격한 뒤 교육생 신분이었지만 2년 뒤 입사를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했다. 복무 중 회사가 보여준 관심 때문이었다. 황 주무는 “회사가 인터넷 카페로 계속 연락했다. 잘 지내는지 묻고 제대한 뒤 워크숍 일정도 알려줬다. ‘역시 우리 회사는 나를 챙겨주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애사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전 작성한 서약서도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졸업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병역의무를 완료하고 회사에서 지정한 시기에 입사할 것을 서약합니다. 역량 개발을 위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마이스터고 출신 동기 61명 중 27명이 이 서약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입대했다가 3월에 함께 복귀했다. 나머지는 7월에 입사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일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마이스터고 출신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나이가 어리지만 눈빛이 대졸자와 다르다는 것. 포스코 노무기획그룹 채용 담당자는 “마이스터고 출신은 어린 나이에 스스로 진로를 결정했기에 별 뜻 없이 대학에 진학한 사람보다 열정과 인성이 우수하다”며 “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서 처음부터 재교육해야 하는 대졸자보다 확실히 낫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마이스터고 1기는 61명, 2기 79명, 3기 100명, 4기(현재 고3)는 120명을 선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몇 년 뒤 입사할 사람을 미리 뽑는 게 부담이지만 인력이 우수해 군 문제가 있는데도 채용 인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마이스터고 졸업자를 정직원으로 채용한 뒤 1년간 중공업사관학교에서 교육하고 입대시킨다. 지원은 본인이 원하는 곳에 각자 하지만 가능한 한 몇 명씩 묶어 비슷한 시기에 입대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비슷한 때 복귀해 함께 재교육을 받고 부서에 배치되기 쉽기 때문이다.

입대한 직원에게 회사는 선생님이자 엄마, 여자친구다. 대우조선해양은 분기마다 택배로 책을 보낸다. 조선업 소설 경영 영어 관련이다. 입대 전에 작성한 ‘자기계발 계획서’와 ‘나를 위한 편지’는 1년 뒤에 보내 마음을 다지게 한다. 자대로 편지도 보내고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도 주고받는다. 휴가 때 찾아오면 밥 사주고 면담하는 것도 회사의 역할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사팀 관계자는 “회사가 이만큼 관심을 갖고 있으니 입대 전에 받은 교육을 잊지 말라는 뜻”이라며 “확보한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든 마이스터고 1기의 제대 뒤가 희망적인 건 아니다.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복귀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입대 전 낮은 임금과 척박한 대우에 시달리다 스스로 돌아가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일부 기업은 마이스터고 출신을 실습생으로 데리고 있다가 입대를 앞두고 합격을 취소했다. 전역한 마이스터고 출신을 복직시킨 중소기업에는 정부가 2년간 총 급여액의 10%를 세액공제 해주는데도 소용없는 것이다.

마이스터고 졸업생이 제대로 현업에 복귀하는지는 제도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정부와 학교 모두 졸업생의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기가 최근 제대하기 시작한 만큼 복직 현황과 성장 단계를 추적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