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당신은 얼마나 생각하면서 소비하는가. 소비하는 행위와 그 의미에 대해 느리고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평범하지는 않지만 생각해 볼 만한 두 지인의 소비를 소개한다.
#1. 소비는 나의 민낯과 만나는 일
그래서 초등학생 딸에게 올여름 생일에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계획표를 내밀었다고 한다. ‘먹을 것: 맛있는 여름 과일, 생야채, 치킨 윙/ 할 것: 낮잠 자기, 친구 한 명이나 두 명 불러서 놀기, 동네 책방 가서 책 읽기.’
박 씨는 물건을 사서 효용이 다하면 미련 없이 버린다. 다 읽은 책도 버린다. “이 책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란 스스로의 명령만이 책을 더 탐독하게 해 주거든요.”
그의 말을 들어보았다.
“물건은 그저 물건일 뿐. 아이를 사랑하면 따뜻하게 안아주면 된다. 굳이 물건이란 징검다리를 건너 사랑을 표현할 필요가 없다. 나는 선물을 사지 않기에 아이와 오래 얘기를 나누고, 집에 굴러다니는 종이를 갖고 놀기 위해 함께 머리를 짜낸다.”
#2. 적게 벌어 적게 쓴다.
김모 씨(44)는 요즘 주 4일 하루 5∼7시간 서울 근교의 푸드카에서 햄버거를 만들어 판다. 13년 다니던 회사를 2년 전 관두고 요리를 배웠다. “내 삶의 주도권을 갖고 살고 싶었고, 밥벌이를 하려면 기술이 필요했고, 그래서 적성이 있을지도 모를 요리를 택했습니다.”
음식점을 차리기엔 초기 자금이 많이 들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커서 푸드카를 차렸다. 적은 돈을 벌지만 적게 쓰고, 나머지 시간을 창의적 활동과 배움에 쓰기로 한 것이다. 그의 푸드카를 찾아갔을 때, 가수 이적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실내 한편에는 그가 타고 다니는 접이식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손님이 없을 땐 글을 쓰거나 요리를 연구한다고 했다.
“남자 나이 40대는 무한경쟁 속에 스트레스가 많잖아요. 전 미혼이라 이런 삶을 택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꿈이란 게 현재에 대한 불만족에서 나온다고 보면 저의 목표는 더이상 꿈꾸지 않는 삶이에요. 현재의 제 삶에 만족하고, 일도 경험을 쌓으며 조금 더 잘하고, 돈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고, 타인의 시선에 대한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