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 별도 자료 내는 등 본격적으로 PI 구축 작업 나서 경영권 승계자 이미지 전략인 듯
삼성그룹은 12일 ‘이 부회장이 이탈리아 투자회사 엑소르 이사회 참석과 유럽지역 사업 점검을 위해 5월 12일 출국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 자료를 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지주회사인 엑소르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최근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재추천됐다. 이날 전용기편으로 이탈리아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엑소르 이사회에 참석한 뒤 삼성전자 폴란드 가전공장(SEPM) 등 유럽 현지 사업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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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누운 뒤 이 부회장은 실질적인 그룹 수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전자 계열사는 물론이고 금융 계열사들까지 직접 챙기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3월 중국 중신(中信)그룹 창전밍(常振明) 동사장(董事長·이사회 의장)을 만나 금융사업 협력방안을 직접 협의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외부에 이미 자신이 그룹을 승계한 것처럼 비치는 데에는 적잖은 부담을 느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늘 아버지만큼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며 “‘이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이 부회장은 디테일에 강하다’는 등의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해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별도 수행조직을 두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의전을 생략했던 것도 아직은 본인이 그룹 전면에 나서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그동안 자제해오던 이 부회장에 대한 PI 전략을 조심스럽게 꺼내 든 것은 이 회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공식적인 승계 작업을 더이상 미루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 외부에선 ‘오너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데 그것도 (승계 작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는 ‘겸손’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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