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생각/귄터 벨치히 지음/288쪽·1만4000원·소나무
요즘 아이들은 놀 시간도 없지만, 그나마 아파트단지의 좁은 놀이터에서 논다. 주차장과 놀이공간의 넓이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어린이보다 차를 더 대접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빽빽한 아파트 사이의 작은 땅에 자리 잡은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은 어떻게든 가장 재미있게 노는 법을 찾아내기 마련이지만, 천편일률적인 놀이기구 몇 개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면 ‘이게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전 세계에 있는 수천 개의 놀이터를 디자인한 지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쳇바퀴를 돌리는 실험용 쥐처럼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제 삶에 필요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주위 환경을 스스로 디자인해서 만들고 싶어 하지만 기존의 놀이터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일례로 모래놀이터에 울타리와 발판을 설치해도 애완동물로 인한 오염을 막을 수는 없다. 주변에 동물들이 뛰놀 수 있는 모래 터를 따로 만들어줘야 한다. 모래는 매년 갈퀴로 청소하고 3∼5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페이지마다 있는 삽화가 이해를 돕는다. 동네 놀이터가 갑갑하게 느껴졌던 어른들이라면 일독할 만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