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사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조사에서 돈을 받고 위법사항을 묵인한 특별검사원들이 대규모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건축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사항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이모 씨(54) 등 특별검사원 100명을 검거해 이 씨는 구속하고 나머지 9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45회에 걸쳐 건축주 및 건축 관계자들로부터 1억 6410만 원 상당의 돈을 받고 공사 현장 조사에서 위법사항을 묵인해줬다.
1999년 도입된 특별검사원 제도는 2000㎡ 이하의 건축물 사용승인에 필요한 현장 조사에 이권이 개입되지 않도록 제3자가 검사를 하는 제도다. 공사 관계자가 현장 조사를 할 경우 공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위법 사항을 고치지 않는 관행이 이어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시는 특별검사원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공사 현장에 배정되는 특별검사원을 무작위로 선정하고 이들의 신상 정보 공개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공사 관계자들은 특별검사원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서울시 건축사회 직원인 곽 씨 등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들에게 지정될 특별검사원의 정보를 미리 빼냈다. 이 정보를 토대로 특별검사원을 찾아가 학연과 지연 등을 동원해 한번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건네며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위법사항을 눈감아달라고 부탁했다.
돈을 받은 특별검사원들은 상용 오피스텔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축물에 주거용 시설을 설치한 것 등의 위법사항을 묵인했다. 해당 건축물을 건축주에게서 산 사람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근린생활시설로 다시 바꿔야 한다. 관련법상 건축주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돈을 주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검사원 제도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특별검사원을 뽑는 과정에서 도덕성과 청렴성을 평가하는 등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별검사원 자격 및 선발 체계를 바꾸고 담당자를 일정 주기로 교체해 비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